오늘은 쉽지 않은 내 마음의 감정을 올바르게 쏟아내려 한다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꿈에서도 즐겁게 잘 자고 있는지
미소를 머금고 있는 윤서의 모습을 보며 흐뭇해하다 뒹굴뒹굴하는
너를 바로 눕혀 걷어찬 이불도 덮어주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시 잠든
너를 보며 미소 짓다가 갑자기 일어나서 아빠가 아닌 엄마를 찾아
두리번 두리번거리다 엄마 옆을 찾아가서 잠이 드는 조윤서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도 행복하다 그리고 새벽의 중반이 지날 무렵 오늘 하루도
아무 일 없이 잘 지나가고 있구나 하는 안도감에 감사하며 이제 조금
눈을 붙일 준비를 해본다
아픈 윤서를 키운지 어느새 6년 차에 접어들고 있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간 건지 뒤돌아 보며 일일이 찾아서 생각해 봐야 실감할 수 있지만
아프고 힘들고 무서운 기억들과 현실은 장마전선이 북상하지 않고
하루 종일 우리 가족 한편에 머물러있는 것처럼 정체되어 없어지지 않는다
윤서를 키우면서 누구나 다 똑같이 주어진 24시간 시작하는 첫 시작하는
문 하나를 열고 들어갔다 나왔을 뿐인데 마치 순간 이동 한 것처럼 인생의
모든 환경이 조금은 특별하게 송두리째 바뀌어 범상치 않은 하루하루를
우리 가족 모두 보내게 되었다
새롭게 주어진 험난한 24시간의 일상은 오직 혼자 고군분투한다고
생각했는데 늘 감사하고 좋은 분들이 지혜와 용기를 주셔서 잘 이겨낼 수
있었지만 이런 우리 가족의 특별한 일상을 경험해 보지 못한 소수의
주변 이웃들은 우리 가족을 가만히 있어도 힘든 하루를 거세게 짓밟으며
상처를 주기도 했다
쉽지 않은 삶을 살면서 무심코 뱉은 한마디가 때론 총칼보다 무섭게 마음을
고통스럽게 갈기갈기 찢을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었고 물론 그 사람들은 별
생각 없이 전혀 타격 없이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윤서의 수술과 치료하는 횟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늘 선명할 것만 같은 엄청난 아픔이 많이 쌓일수록 조금씩 기억 속에서
희미해지기 시작했고 불현듯 그런 시기에 윤서와 같은 병을 앓고 있던
외국의 천사가 하늘로 소풍을 가버렸다
같은 병인 친구들이 짧은 생을 뒤로하고 하늘로 사는 곳을 옮길 때에도
윤서가 싸우고 있는 병은 정리된 데이터가 없어 우리를 늘 답답하게 했고
어렵게 찾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친구들을 보며 참고하려 해도 모두 다
예후가 제각각 달라서 답답하고 불안하던 찰나에 sns 상에서 윤서를 보며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세계 방방곡곡에서 윤서가 하는 치료를
문의하고 경과나 예후를 묻는 사람들이 단시간에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루를 살아가고 걷고 또 걷고 움직이며 바쁘게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지만
내면에 있는 내 머릿속 생각들도 몇 가지 일들을 동시에 기억하고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며 정신없이 지내고 있어 놓치고 깜빡거리는 일들이 많이
생기던 찰나에 윤서 병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상에서도 유익한 정보는 얻을 수
없어 훗날에 윤서와 같이 아픈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도움이 될까
인스타그램에 겸사 겸사 기록하기 시작했다
윤서를 보고 있노라면 하루하루 그때그때마다 수많은 감정들이 내 머릿속을
스쳐가고 있다 사실 윤서의 건강 상태와 발달도 중요하지만 그때 느끼고 생각했던
나의 감정도 고스란히 옮겨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슬픈 일이건 기쁜 일이건 윤서와의
기억은 잊고 싶지 않으니까 그리고 그 기억은 왜곡되면 안 되니까
누가 그랬다 인스타그램에는 행복한 모습들만 있지 않냐고 우리 가족에게 보이는
행복한 모습들 뒤편에 가려진 사실은 바뀐 것이 없고 달라진 것도 없다 점점 더
안 좋아지고 있는 윤서의 건강 그리고 이 새벽에 둘 중 자지 않고 윤서 곁 지킨다는
사실도 오늘은 그게 아빠일 뿐이고
어느 날.. 그날따라 이상하게 많은 사람들이 나를 보며 이야기했다
"요즘 조용하다?" 말이란 게 참 분명 그런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아직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은 내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
꾹꾹 누르고 있는 내 감정을 표출해야 할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조용한 폭풍전야 속에서 꼭 무슨 일이 생겨야 할까?
태풍의 눈 속에는 태풍이란 걸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맑은 날씨를 보인다고
한다 폭풍우가 몰아치다 태풍의 눈 속에서 잠시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
하지만 이 순간이 지나면 당장 다음 주 병원에선 우리 가족에게 무슨
풍파를 선물해 주실지 두렵기만 하다
그래도 오늘 하루도 누구보다 치열하게 보내며 즐겁게 보낼 수 있어서
감사하고 간밤에 아무 일 없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내일도 즐겁게 친구들과
지낼 수 있게 해주시고 제발 출근해서 나에게 걸려오는 전화는 다급하게 날 찾는
전화가 아니길 무교이지만 내가 아는 모든 신들에게 빌고 또 빌어본다
아닌척하며 지내고 있지만 순간 와르르 무너졌던 마음의 기둥을 다시
세우기가 여간 쉽지 않다 아빠.. 남편.. 직장 또 그 안에서의 아무렇지 않게
해야만 하는 나의 역할들 조금만 건드려도 터질 것 같은데 무심코 던진 돌에
또 피가 터지고 눈물을 흘린다 나 자신에게도 쉼표가 필요한 걸까? 그래도
태풍이 몰아치기 전에 준비를 단단히 잘해서 또 한 번 이겨내고 이겨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