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현대인들은 대부분 바깥쪽으로 가시가 난 가시갑옷을 입고 있다. 그들은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존 전략으로써 가시갑옷을 입는 것을 택했다. 날이 선 날카로운 가시는 타인이 자신에게 개입할 여지를 주지 않고 오로지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리고 그것은 스스로 고독하게 한다. 사회에서 아무리 성공하고 부와 명예를 거머쥐더라도 주변에 사람이 없다면 무의미하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성공의 속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애초에 부(富)라는 것은 타인과의 경제적 상호작용을 위해 필요한 것이고, 명예는 남들이 알아주기 때문에 명예인 것이다. 억만장자가 사막 한가운데 불시착하면 그가 가진 돈은 휴짓조각에 불과할 뿐이며 내가 노벨상을 수상했다고 한들 축하해 주고 알아주는 사람이 없으면 의미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점차 복잡해지는 문명의 발전과 무선 통신의 고도화로 인해 사람들 사이의 배려가 부족해지고 자연스럽게 자신만을 위해 가시갑옷을 입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대가 되었고 부딪치는 가시와 가시 사이에 남는 것은 서로에 의한 상처와 피 그리고 눈물뿐이다.
메말라가는 시대 속에서 간혹 특이한 별종들이 나타날 때가 있다. 그들 역시 가시갑옷을 입고 있지만 그 가시가 향하는 곳은 바깥쪽이 아닌 안쪽이다.
그 갑옷은 외부에서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가시가 몸속으로 깊게 파고들며 스스로 움직이는 것도 자유롭지 못하다. 불편하기 짝이 없는 갑옷을 입지만 그들 중에는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이러한 가시갑옷을 입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자기희생정신이 강하다는 것이다. 그들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은 항상 자신보다 타인을 우선시한다. 그들의 시선은 언제나 가족을, 친구를 그리고 세상을 향하고 있다.
안쪽으로 난 가시갑옷은 자신을 상처 입게 만들지만 그 상처는 이윽고 아물고 새 살이 돋아나며 내면을 강하게 만든다. 바깥으로 난 가시가 없기 때문에 누구나 편안하게 다가가며 그들 주변에는 언제나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
함께할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축복받고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자신만의 가시갑옷 안을 편안한 휴식처로 여긴다.
에너지 보존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간단히 말해 에너지의 총합은 항상 일정하게 보존된다는 법칙이다. 이는 꼭 물리계에서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편안한 가시갑옷 안에서 자신의 안위를 누리고 있다면 세상의 누군가는 그 안위만큼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안쪽으로 난 가시갑옷을 입어야 한다. 아무리 화려한 삶을 살아간다고한들 결국 삶의 마지막에서 물질적인 것은 내려두고 떠나야 한다. 유일하게 가져가는 것은 사람과의 추억과 그 추억으로 만들어진 영혼의 소양이다. 냉혹한 개인주의와 다양한 갈라치기가 만연한 세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존중하는 자세를 갖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