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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쪼자까 May 07. 2023

친구의 이직 고민

평생직장 vs 잡호핑족

 이번 주말 동안 약 반년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고등학교 동창 친구들인데 대학교부터 서로 다른 지역으로 붙게 되어 좀처럼 얼굴 보기가 힘들었으나, 정기적으로 꾸준히 만나는 몇 안 되는 친구들이다. 만나는 주기가 대개 반년에 한 번꼴이라 만날 때마다 서로의 쌓였던 근황이야기를 쉴 틈 없이 한다.


 그중에 한 친구는 최근 자신의 가장 큰 고민이 이직이라고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 친구는 반도체 관련 업계에서 5년 넘게 근무 중인데 하드웨어 설계 직무를 담당하고 있다.

 친구의 고민은 다음과 같았다. 지금 직장을 첫 직장으로써 열심히 다녔고, 회사에서도 본인의 능력을 인정해 주어 연봉도 근접 기수들보다 높게 받고 있는데 자신이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는 것이었다.

 설명하기를 준수한 연봉과 야근도 많지 않은 워라밸이라 근무 환경에 어느 정도 만족을 하고 있으나, 최근 상명하복식 꼰대(?) 마인드를 가진 일부 상사들과 기업문화에 회의감을 느꼈고 무엇보다 본인이 담당하는 하드웨어 설계직무가 일종의 포화시장이 되어 이곳에서 본인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이 적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친구는 더 이상 발전의 기회가 없는 메마른 땅보다 비옥한 새로운 땅에서 성장의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그렇게 못하는 이유는 새로운 분야에서 자신이 잘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과 지금보다 못한 대우를 받을지에 대한 걱정이었다.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이유는 대부분 비슷한 경우가 많으며 크게 두 가지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현재 직장에 대한 불만이다. 동종 업계 대비 연봉이 적어서, 직장 상사 또는 기업문화가 마음에 안 들어서, 회사 위치가 본가와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등 불만 유형 사람마다 다르다.

 만약 내가 이직을 생각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라면 이직에 대해 좀 더 신중히 고민해봐야 한다. 사실 어느 회사든 크고 작은 불만이 생기는 건 필연적이다. 회사는 그 회사의 대표이사가 본인의 이윤추구를 위해 만든 것이지 나의 생계를 위해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때문에 중요한 것은 그렇게 만들어진 누군가의 회사에서 생기는 불만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 명확하게 판단하는 것이다.

 내가 가진 불만이 감당가능한 수준인지 판단하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먼저 나에게 불만을 생기게 한 요소(혹은 사람)가 이 회사에서만 있는지, 아니면 어느 회사에서나 있을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연봉, 회사 위치, 맡고 있는 직무가 불만이라면 그것은 회사 내규로 정해져 있는 규칙이기 때문에

다른 직장에서 연봉 협상이나 사전 조사를 통해 내가 원하는 기준에 맞는 곳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꼰대 같은 직장상사, 마음에 안 드는 기업 문화 등이 지금 회사를 나가고픈 이유라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 그런 사람은 어느 조직에든 존재하며 여전히 똑같은 불만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이직 고민하는 사람들의 두 번째 이유는 본인의 발전을 위한 도약이다. 만약 본인이 이직을 결심한 이유가 이거라면 적극적으로 행동에 옮기길 추천하는 바이다. 과거와 달리 4년제 대학을 나와 한 기업에 입사하여 정년까지 충성을 다하는 평생직장 시대는 이미 옛전에 끝났다. 경쟁이 심화되는 현대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든 기업들이 혁신이나 도전 같은 키워드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그 조직을 굴리는 구성원들 역시 차별화된 경쟁력이 요구되고 있다.

 '잡호핑족(job hopping 族)'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고액 연봉이나 경력 개발을 위해 2~3년 주기로 직장을 자주 옮기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스스로 발전과 좋은 대우를 받기 위해 끊임없는 역량 개발과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한다는 점에서 조직에 대한 불만, 사람과의 관계를 이유로 이직을 하는 사람들과는 차이가 있다.

 최근 떠오르는 MZ세대에서도 이러한 잡호핑족의 비중이 늘고 있다.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에서 2030 직장인 1,72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2.0%가 잡호핑족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었고, 실제 38.8%는 본인이 잡호핑족이라고 답하였다.

 개인적으로도 한 직장에 오래 머물러 철밥통을 지키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고인물은 말 그대로 썩어버리는 시대가 되었다. 보다 본인의 발전을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남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일 것이다.




 친구의 고민을 들은 나는 재작년 치열하게 이직을 준비한 기억이 떠올랐다. 첫 발걸음을 떼기까지의 불안감, 낯선 환경에 대한 걱정 등 경험을 해본 것이기에 친구의 고민이 충분히 공감이 갔다. 나는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네가 이직하려는 이유가 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행동으로 옮겨도 좋다고 생각한다. 다른 곳에 지원한다고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니, 떨어지면 그만인 거고 붙으면 땡큐인 거 아니냐. 첫 직장을 떠나려는 게 불안한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나도 그렇고 주변에 이직한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더 나은 조건을 위한 이직이었기 때문에 그만큼 고민과 노력을 들였고 그 결과가 전 직장보다 안 좋은 경우는 보기 드물었다. 행동은 너의 몫이다."


 생각나는 대로 두서없이 얘기했지만 내 조언이 친구에게 도움이 되었을진 모르겠다. 결국 실천하는지에 대한 여부는 친구가 결정할 사항이다.

다만, 친구의 고민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어주었길 희망하는 바이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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