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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과찬..추억 속 진짜 열심이긴 했다"는 최민식

by 시호

한 분야에서 한우물만 판 결과 '천재'라는 말을 듣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느덧 직장생활을 한지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늘 헉헉거리게 되는게 삶이라는 녀석인데 최근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감독 허진호)를 본 후 만감이 교차했다. 얼굴 표정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다양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니, 괜히 연기천재라 불리는게 아닌가 싶다.


천재라...

과연 천재라 불리면 어떤 기분일까.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사실 우리는 그간 소위 말하는 신동으로 알려진 친구들 중 적잖은 이들이 '천재'라는 프레임이 씌운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는 경우를 더러 목격했다.


'천문: 하늘에 묻는다' 덕에 만나게 된 배우 최민식은 "연기천재는 과찬이다. 그래도 추억 속의 나는 정말 열심이기는 했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대학시절 미팅 한 번 못해봤다"고 털어놨다.


대학 시절 내내 추리닝에 목장갑을 끼고 다녔을 만큼 그 시절의 최민식은 연기에 미쳐있었고 뜨거웠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힘들지 않았냐?"는 나의 질문에 최민식은 오히려 "힘들 건 없었다. 내가 좋아서 한 일이니까. 되게 그립다"고 말했다.


그의 눈빛에서 진짜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역시 '천재'라는 별명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서 문득 나의 그 시절을 돌아보게 됐다. 단연코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노력을 한 모두가 공평한 결과를 보상받는 것은 아니다.


또 나는 과연 최민식처럼 스스로가 좋아하는 일을 했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당장 눈 앞에 주어진 직장을 다니고, 삶에 쫓겨 하루하루를 살아냈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정말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살아내고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가끔은 '나의 꿈은 무엇이었나' '과연 진정하고 싶었던 일은 무엇이었나' 그런 질문이 가슴을 채운다.


좋아하는 일을 했기에 지치지 않았고 몇 십년을 달렸더니 최민식은 결국 '천재'란 소리를 듣게 됐다. 과연 무엇을 해야 그 반열에 오를 수 있나.


열심이지 않은 사람은 없지만 과연 무엇을 위한 열심인지, 한 번쯤은 돌아봐야 할 시기가 지금 찾아온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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