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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도 때가 있나봐요

ft.엄마의 선한 눈매를 그리며

by 시호

공부도 때가 있다는데 성형도 때가 있는 것 같다. 대한민국이 성형대국이 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만큼 이제 보편화됐다. 그래서 가끔 강남 대로를 걷다 얼굴에 붕대를 감고 걷는 여자들을 보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경험을 한 두 번쯤 해봤다.


성형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과하지 않다면, 건강을 해치지 않는다면, 본인의 만족을 위해 추구하는 성형에 대해 어느 누구도 감놔라 배놔라 할 수 없다. 꼭 필요한 경우도 있다.


칠십 평생, 성형이라고는 몰랐던 엄마가 최근 수술대 위에 올랐다. 평생 몸이 좋지 않았던 터라 허리 수술을 비롯해 각종 수술을 해야만 했다. 그런 그녀이기에 수술이라고하면 치를 떠는 엄마가 먼저 성형 얘기를 꺼냈다. 눈 수술을 해야할 것 같다고.


알고보니 눈꺼풀이 너무 늘어져 시야를 가리는 탓에 일상생활이 불편해졌다고 한다. 그뿐인가. 늘어진 눈꺼풀 때문에 진물이 나고 시력까지 안 좋아졌다고. 결국 병원에서는 안검하수 수술을 권했고, 건강이 좋지 않은 탓에 진료를 받아온 대학병원 안과에서의 수술을 결정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는데 있어 성형외과는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취를 해야하는 탓에 각종 검사를 받은 엄마는 결국 올 겨울 안검하수 수술을 받았다. 사실 워낙 푸근한 인상을 가진 엄마였기에 혹여 진행한 수술 때문에 선한 눈매가 바뀔까 우려됐다. TV에서 종종 만나게 되는 연예인들, 특히 연세가 있으신 분들의 눈매가 갑자기 사나워지는 것을 봐왔던 터라 걱정이 안 될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수술 직후 만난 엄마는 내가 알던 엄마가 아니었다. 심한 부기를 감안하더라도 열이면 열, 인상이 너무 좋다며 입을 모았던 수수했던 엄마의 눈매가 오간데없이 사라졌다. 엄마 본인도 거울을 보고 심한 충격을 받으신터라 "부기가 빠지면 좋아질 거야, 엄마"라고 위로를 건넸지만 내가 알던 엄마의 얼굴이 영영 사라진 것만 같아 가슴이 아팠다.

나이를 먹을 수록 회복 속도도 느려 부기도 천천히 빠지고 상처가 아무는 것도 더뎌서 더 그런 듯했다. 그렇게 충격의 두 달이 흘렀다. 그리고 수술 직후보다는 나아지긴 했지만, 선했던 따뜻했던 엄마의 눈매는 이제 없다. 좀 더 또렸하지만 낯선 얼굴을 한 엄마가 있다. 솔직히 눈 수술 하나가 사람 인상을 이렇게 바꿔놓는구나 놀라기도 했다.

역시 수술에도 때가 있나보다. 이렇게 심하게 늘어지기 전에, 좀 더 나이가 젊으실 때 안검하수 수술을 해드렸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부모님의 얼굴을 조금만 더 주의깊게 봤다면, 이렇게 아쉬움이 남진 않았을 텐데...


성형에도 때가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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