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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진짜 내 여자친구가 된것 같아."

[너를 보내는 편지 2]

by 시호

"왜 나를 만난 거야?"


이제 직접 물어볼 수 없는 질문이 됐지만, 우리가 함께 한 시간들을 돌아보면 그냥 함께 하는 순간들이 좋았다. 특히 새로운 만남이 시작되기 위해서는 무언가 계기가 필요한데, 스터디 장소로 가는 길 우연히 함께 걷게 된 것과 그 길 위에서 나눈 대화들이 시작점이 됐다.


무엇보다 당신은 배려가 몸에 배어 있었지. 문을 열어준다던지, 길을 걸을 때면 항상 위험하다며 나를 안쪽에서 걷게 해주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미묘한 친절들이 쌓이고 쌓여, 어느 순간 이 사람이 혹시 나를 좋아하는 것은 아닐까 착각에 빠지게 만들기 충분했다. 아마 당신이 만나온 여자들 중 적잖은 이가 이런 착각에 빠졌을지 몰라. 나 역시도 그럴 뻔했으니까.


하지만 난 생각했지. 원래 이렇게 여자를 배려하는 사람이구나라고. 그래서 착각에 빠지지 않았다. 그 점이 아마 당신을 갸우뚱하게 만든 것 같아. 다른 여자들과 내 반응이 달랐으니까. 호감을 갖게 된 것은 맞지만 혹여 모든 여자에게 친절히 대하는 걸 수도 있는데 김칫국 마실 수 없다고 생각했지.


그래서인지, 당신이 먼저 내게 손을 내밀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기쁜 순간이야. 그렇게 우리의 연애가 시작됐지. 사실 비밀은 아닌데 당신과 사귀게 된 후 스터디 멤버였던 언니가 당신을 좋아한단 사실을 알게 되면서 모임을 와해시키고 싶지 않아 우리의 연애는 자연스레 비밀이 됐어. 물론 그 언니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다 알았지만. 비밀 아닌 비밀이랄까.


모든 연애가 그렇지만, 연애 초기 그 설렘은 정말 달콤한 초콜릿 그 이상의 달달함이 있다. 특히 그 짜릿한 첫 입맞춤의 순간이라니.


당신이 그랬지.


"이제 진짜 내 여자친구가 된 것 같아."


맞아. 우리 이제 진짜 사랑을 시작하게 된 것 같아. 지금와 돌이켜 보면 슬픈 사랑의 시작이었지만, 그래도 행복한 시간의 출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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