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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이게 정답이라고 말해주면 좋겠다.

by 시호

과연 정답은 있는 걸까.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무엇을 먹을까하는 사소한 고민부터 어떤 대학을 갈까, 회사를 관둘까 등 너무 많은 선택지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 먹거리를 결정하는 사소한 결정이야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지만, 인생의 방향을 결정할 중대한 질문 앞에서 우리는 종종 '결정장애자'가 된다.


처음으로 회사를 관둬야겠다는 결심을 했을 때다. 회사를 관두고 싶다는 생각이야 모든 직장인이 가슴 속에 품고 다니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날은 '아, 더 이상은 아니다. 도를 넘어도 너무 지나쳤다'는 것을 뼛속 깊이 느꼈다.


사실 한 조직이 '사람 지옥'이 되는데 많은 사람이 필요하지 않다. 단 한 사람,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리듯, 단 한 명의 똘아이만 있으면 그 조직은 하루아침에 지옥이 된다. 나의 경우가 그러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머뭇거렸다. 왜 그랬을까.


우선 사람이 퇴사를 결심한 후 실행에 옮기기까지 밤잠 설치는 나날이 계속된다. 이직할 회사가 이미 있음에도, 과연 내가 현 회사에서 쌓은 신뢰가 하루아침에 제로가 되는데 괜찮을까. 이런저런 고민이 주춤하게 했다.

가령 나는 아부에의 재능이 정말로 눈꼽만큼도 없다. 우직하게 일만 하는 스타일이다. 곰보다는 여우가 낫다는데 성품이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가끔 일 안하고 아부만으로 팀 내 평점 A를 가져가는 사람들을 볼 때면 감탄사가 절로 났다. 한때는 너무 불공평한 것 아니냐는 생각에 분노하기도 했지만, 세상이 생겨먹기를 불공평한 것을 어쩌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


수 년 간 현 회사에서 쌓은 신뢰가 새로운 곳에 갔을 때는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점에서 주춤거린다.


그뿐인가. 혹을 떼려다 붙일 수도 있다. 똘아이를 피해 새로운 곳을 갔는데 그에 버금가는 또 다른 색깔의 똘아이가 대기하고 있었다.


그래서 퇴사를 앞두고 며칠 밤을 새웠다. 그러면서 든 생각 하나.


"누가 이 길이 정답이라고 말해주면 좋겠다"였다.


하지만 인생은 참 냉혹하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손으로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한다.


결국 나는 선택을 했고 이직을 했다. 그러면서 배운 것 하나는 똘아이는 어디에나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첫 회사에서 만난 똘아이가 워낙 막강해서 두 번째는 견딜만 했다는 것이다. 웃프다.


누군가 이 길이 맞다고 말해주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절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고민하고 있는가?

그럼, 미친 듯이 고민하고 결정할 때는 칼 같이 선택하라. 그리고 그 선택을 후회하지 마라. 생각보다 앞선 경험들이 우리를 꽤나 강하게 단련해줬음을, 새로운 곳에 갔을 때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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