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자신감이 넘쳤던 것 같던데, 살면서 하나 둘 좌절을 겪다보니 어느새 작아진 내 자신을 발견한다. 많은 청춘들이 그렇듯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을 때가 유독 그랬던 것 같다. 꾀를 부린 때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매 순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한 지난 세월들이 한 순간에 부정당하는 시간들의 연속. 그래서 참으로 아프기도 많이 아팠다.
하지만 인생이란 놈은, 그때 뿐이 아니라 매 순간 크고 작은 실패로 우리를 아프게 한다. 물론 혹자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다. 하지만 그 실패가 이렇게 아픈 것이라고 말해주지는 않았다. 아프면서 큰다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보니 아프지 않고 크는 친구들도 꽤 됐다.
그래서인가. 어느 순간, 작아진 나를 보며 슬프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을 내기도 했다. 좌절만 하고 있을 순 없지 않은가.
그러던 어느 날이다. 조카가 가지고 놀겠다며 가져간 내 휴대전화에서 이상한 그림파일을 발견했다. 그림에는 개성 넘치는 사람 모양과 함께 다음과 같은 문구가 쓰여 있었다.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조카 스스로 생각할 때 유머가 돋보이는 문구를 곁들인 것 같다.
'어머나 세상에 Unbelivable(원래는 Unbelievable가 맞다)
Oh my 감김치
나천재'
웃음이 나왔다. 초등학생이니까 가능한 그림이 분명하다. 그러다 문득 '나천재'라는 문구에 눈이 갔다.
조카는 종종 가족들을 향해 "제가 제일 예쁘죠?"라고 묻는다. 물론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절대 그러지 않는다. 가족이기에 스스로를 예뻐하고 칭찬해줄 것을 알기에 하는 말이다. 그러면서 애교를 부린다.
또 시험을 보고 온 날이면 "완전 잘봤죠? 저 똑똑해요"라고 자신감에 찬 말을 하며 함박웃음을 쏟아냈다. 물론 시험은 잘볼 때도 있지만 잘 보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조카는 자신감이 넘쳐 흘렀다.
"나 천재에요~"
세상 순진한 얼굴로 이 말을 할 때면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빵 터진다.
생각해보니 나 역시 그랬던 시절이 있다. 아마 세상에서 내 자신이 최고였던 시기가 우리 모두에게 있었을 것이다. 다만 너무 상처받고 어른이 되면서 하나둘 자신감 넘쳤던 스스로를 잊어버린 것 뿐.
각자 주어진 힘든 상황 속에서, 좌절 할 법함에도 늘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나 그리고 우리 모두는 어떤 방면에서 진짜 '천재'가 아닐까. 다른 누구도 아닌 스스로의 손으로 해법을 찾고 조금씩이지만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수많은 서류전형에서의 낙방 혹은 상사의 모멸적인 언행 등 나 아닌 주변 상황 때문에 스스로를 너무 낮춰왔던 것은 아닐까. 나쁜 습관이 들어버린 것 같다.
"나? 천재야!"
스스로에게 천재라 부를 만한 장점 하나를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