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와 '확찐자'

by 시호

이렇게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회사를 안 가본적이 있었던가. 코로나19(신종바이러스감염증 19)가 우리 생활 속 곳곳을 파고들면서 삶의 형태가 꽤나 달라졌다. 물론 제한적이긴 하지만.


재택근무를 시작한지 벌써 몇 주가 지났다. 처음엔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출근 시간에 잠을 자도 된다는 생각에 늦게 잠을 자기 시작했고, 생활리듬 곳곳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특히 먹이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처럼 시도 때도 없이 냉장고를 열어보거나 집안 곳곳에 있는 먹거리에 손을 데기 시작했다. 평소 같았음 한달 정도 걸려 소비될 고구마가 일주일만에 동나고, 장을 보는 횟수가 늘어났다.


이렇게 나는 소위 말하는 '확찐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세상에는 왜 이렇게 맛있는게 많고 또 맛있는 것들은 왜이렇게 칼로리가 높은지. 또 왜 이렇게 모든 음식들이 달게 느껴지는지..


사람이 자신이 하기 귀찮지만 강제하는 무언가가 사라지면 '스스로' 규칙을 지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겨우 1kg의 살도 빼기 너무 어려운데 찌는건 순식간이다. 명절 며칠 동안 3,4kg의 살이 찌는 걸 보면 더더욱 그렇다.


일주일 여의 시간을 허비하고 나서 정신이 번쩍났다. 집에서 일을 하며 생기는 여분의 시간들을 그냥 먹는데 소비하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의 '걷기'가 시작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외출이 꺼려지긴 했지만 24시간 집에만 있을 순 없었다. 재택근무 중 자유가 생기는 점심시간을 활용해 집앞 자전거길을 걷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무리가 가지 않는 5km로 시작했다. 스마트 어플을 이용해 내가 몇 킬로를 걷는지 실시간으로 체크하며 걷기 시작해 2,3주가 지난 지금은 약 9km 씩 걷고 있다. 물론 주말에는 흐트러질 때도 있지만 가급적 시간이 나면 무조건 걷기를 실천하려고 한다.


처음 한주는 굉장한 피곤함이 몰려왔다. 발도 아프고 귀찮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하루에 최소 1시간 걷지 않으면, 무언가 해야할 일을 하지 않은 것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습관은 이렇게 만들어지나보다.


덕분에 '확찐자'였던 내가 '덜' 확찐자가 되어가고 있다. 걷기와 함께 집에 돌아오면 스트레칭과 약간의 근력 운동을 병행한 결과다.


무엇보다 재택근무로 인한 '코로나 블루'를 이겨내는데도 걷기는 큰 도움이 됐다. 하루 종일 사람 한 명 만나지 않고 식탁에 앉아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문득 내가 뭐하고 있는거지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코로나19로 외출을 자제해야 할 때는 맞다. 다만 길지 않은 단 한 시간, 햇빛을 맞으며 인적이 드문 길을 걷는 것.. 이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데 작지 않은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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