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엄동설한에 어디를 가라고..

by 시호

오랜만에 찾은 회사는 꽤나 낯설었다. 자리는 그대로였지만, 입구에부터 낯선 풍경이 감지됐다. 체온 측정기가 설치됐고, 들고날때마다 번거롭지만 체온을 측정해야 출입이 가능했다. 회사뿐 아니라 주변 풍경도 달라졌다. 몇 달새 애정하던 빵집이 사라진 대신 자본력이 탄탄한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자리를 메웠고, 동료들과 수다를 떨던 커피숍 의자들은 갈 곳을 잃은 채 '테이크아웃만 가능'이란 팻말이 대신했다. 어디에도 엉덩이를 붙일 곳은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오랜만에 간 회사에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았다. 퇴사를 권고한다는. 코로나19 전후로 세상이 나뉜다고 할 만큼, 엄청난 충격을 가져온 팬데믹이 결국 우리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어느덧 1년여, 팬데믹 상황이 지속된다면 2021년 우리의 삶은 과연 어떻게 될까. 지금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까.


공무원을 빼고 정년이 보장되는 직장은 이제 없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언제든 내팽개쳐질 수 있다. 나날이 수익이 감소하고 있는 많은 회사들이 직원을 줄이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는 듯 알음알음 권고사직을 시작했다. 실제로 많은 뉴스를 통해 적잖은 기업들이 명예퇴직을 받고 있음을 알게 됐다. 말이 좋아 명예퇴직이지, 그게 진짜 명예로운 퇴직인가. 등떠밀려 나가는거지.


과연 어디로 가야하나.


고민을 안하는 것은 아니다. 아니 매 순간이 고민의 연속이다. 어느 누구도 내 삶을 책임져줄 수 없기에, 스스로 나아갈 길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 주위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래를 고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를 만난 후 점점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기분이다.


이 엄동설한에 어디를 가라고 우리를 내모는 것일까.

물론 피할 수 없다.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 앞에 주어진 일을 하나씩 처리해야 한다. 그게 지금껏 살아온 방법이고 앞으로도 관철해야 할 삶의 방식이다.


혹독한 겨울임에 틀림없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말그대로 살을 베어내는 듯한 고통을 주지만, 이윽고 봄은 오고 만다.


2020년 12월, 조금은 요원해 보이는 봄. 그래도 오고야 말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