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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기 전엔 몰랐던 부부의 세계

by 시호

지선우와 이태오는 왜 헤어지지 못하는 것일까.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고, 서로 멱살잡이를 하며 잡아먹을 듯 싸우기까지 했는데.. 서로에 대한 연민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만약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이해하지 못했을 대목이다. 헤어지면 그만이지 왜 저러는 것일까. 아이가 있어서? 아니다. 단순히 아들 때문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이 숨어있다. 두 사람이 보여주는 것처럼 부부의 세계는 우리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다.


사실 삶은 늘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적게는 20년, 많게는 3,40년을 살아온 사람들이니 당연한 결과다. 막 불꽃이 튀기 시작했을 때는 모든 것이 아름다워보이지만 시간이 지남과 함께 불꽃은 사그라들고, 장점이던 모습이 미치도록 싫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는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고, 그나마 운 좋게 맞는 사람을 만나면 혹은 결혼적령기에 누군가 만나고 있다면 결혼을 결심한다.


결혼생활도 연애의 과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막상 직면한 결혼생활은 연애와 달라도 참 달랐다. 결혼은 두 남녀가 아닌 집안과 집안 간의 만남이란 어른들이 말이 비로소 실감났고, 서로가 잡아먹을 듯 싸우고 나서도 한공간 안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꽤나 쉽지 않은 일임을 깨달았다. "여자친구와 하루 종일 놀아서 좋긴 좋아. 그런데 이제 좀 쉬고 싶은데 여친이 집에 안가네"라는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래서일까. 이런 시간들이 켜켜히 쌓여 부부가 된 남녀는 서로가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이혼을 생각하더라도 이를 막상 실천하기 쉽지 않다. 이내 용서하게 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서로가 서로의 발목을 잡게 된다. 지선우와 이태오가 그랬던 것처럼. 사랑하는 마음이 가슴 속에 있기 때문이 제일 크다.


물론 요즘은 이혼이 대수롭지 않은 시대다. 서로의 밑바닥까지 봤다면 굳이 함께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줄 이유는 없지만, 그럼에도 이혼은 쉽지 않다. 또 이혼을 했더라도 이런 저런 이유로 계속 이어지는 끈이 있는 경우도 많다. 남녀 관계는 단칼에 잘라낼 수 없다. 적잖은 순간이 막장드라마를 연상케할 만큼 깔끔하지 못한 게 부부의 세계다. 그럼에도 우리의 부모님들이 그리고 우리가 견디는 것은 아마 그런 순간들을 상쇄해줄 빛나는 기억들이 있기 때문이리라. 우리 모두는 매 순간 스스로만의 막장 드라마를 찍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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