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오는 그땐, 만날 수 있을까요?

by 시호

처음 재택근무라는 걸 해볼때만 해도 참 좋았다. 비싼 집값 덕에 교외로 밀려나 매일 먼 거리를 출퇴근하는 수고를 덜게 됐기 때문이다. 꼬박 한 시간 반, 왕복이면 무려 세 시간을 지하철과 버스에서 시달리지 않아도 됐다. 그렇게 나에게는 매일 매일 생각지도 못한 3시간의 여유가 찾아왔다.


지금처럼 날씨가 너무 추워지기 전에는 난생처음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맞으며 걸어보기도 하고, 어느 날 아침에는 늘어지게 늦잠을 자기도 했다. 근무시작 전 1시간 30분의 여유는 꽤나 달콤했다. 저녁은 또 어떤가.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하는 길, 수많은 무리 속에서 티나지 않게 앉을 자리를 찾아 헤매던 하이에나 같던 모습은 오간데 없고, 편하게 저녁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재택근무의 장점을 그야말로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러기를 몇 달, 그런데 문득 회사에 가고 싶어졌다. 과연 왜 이런 감정이 깃든 것일까.


외.로.움.

그.리.움.


이 단어가 그 복잡한 심경을 다 설명해 줄 수 있을까. 업무를 통해 혹은 우연히 알게 된 좋은 사람들과의 유쾌한 만남 그리고 맛있는 점심, 수다떨며 즐기는 차 한 잔의 여유가 너무 그리웠다. 스트레스 만땅이던 날 저녁 술 한 잔을 기울이며 울화를 성토하던 숱한 날들도 뇌리를 스쳤다.

재택근무가 시작된 후 3시간의 여유가 생겼지만, 늘 점심은 근무 중 직접 차린 혼밥이었고, 말하는 횟수도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물론 일하는 중 메신저로 사람들과 종종 대화를 이어가기도 하고 전화통화를 하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텍스트를 주고받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2% 부족했다.


감정의 교류, 사람 간의, 특히 평생을 통해 알게 된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많은 활력을 가져다주었는지 새삼 깨닫게 됐다.


물론 안다. 2020년 연말 저녁에는 그 흔했던 친구들 혹은 지인과의 흥넘치는 송년회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누구하나 선뜻 만나자고 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에서 3단계로 격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이야기가 거론되는 작금의 상황에서 어떻게 만나자고 할 수 있단 말인가. 다들 "내년에는 꼭 보아요"라며 2021년을 기약했다.


그 바람처럼, 벚꽃이 피는 계절이 오면 과연 친구들과 마스크 없이 수다를 떨며 맛난 음식을 즐길 수 있을까. "우리 만날까?"라는 말이 이렇게 어려운 말이 된 2020년의 12월이 너무도 야속하다.


보고 싶다. 내 인생을 더욱 의미있고 찬란하게 만들어줬던 내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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