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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프리 yefree Jan 30. 2023

‘OO일보 기자’ 최종 불합격이 나에게 남긴 것


“그래도 지금까지 한 게 있는데 아깝잖아.”


여태껏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 그만두지 못하는 현상을 두고 ‘매몰비용의 오류’라 부른다. 주위에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정말 박터진다. 지원자는 항상 많고 TO는 매해 줄어든다. 단 0.1점 차이로 최종합격에서 떨어지니 더 포기하기가 어렵다. 차라리 10점 차이면 깔끔하게 맘을 접을텐데, 고작 0.1점 차이라니, 사람 피 말리는 골때리는 숫자다.


언론사에 취업하기 위한 관문을 ‘언론고시’라 한다. 실제로 고시는 아니지만 워낙에 뽑는 인원도 적거니와 그 과정이 어렵다 하여 고시라 불린다. 서류를 통과하면 상식, 논술, 작문의 필기시험을 치러야 한다. 필기를 통과해도 산 넘어 산이다. 카메라 테스트와 실무 시험이 기다리고 있다. 이쯤 되면 신기한 현상이 벌어진다. 절대 닿지 않을 것만 같았던 ‘합격’이라는 순간이 바로 눈앞에 있는 것만 같은 신기루가 일어난다. 당장 몇 발자국만 내딛으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오아시스에 갈 수 있는데, 어느 누군들 매몰되지 않을까


한 신문사 최종 인터뷰에서 불합격을 받았다. 면접만큼은 자신 있었는데, 내 대답과 행동이 너무 과했나 곱씹게 되었다. 달콤한 신기루는 언제 내 눈앞에 있었냐는 듯 사라진 지 오래였다. 이상하게도 미련이 많이 남지는 않았다.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했다 생각했기에 오히려 막 화장실을 나온 듯 후련했다. 내가 진심으로 원했던 일이기에 시간이 아깝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모든 과정이 한순간에 쓸모없어졌을 뿐.


하지만 결실을 맺지 못한 노력이 몇 년이 흐른 지금 엉뚱하게도 ‘브런치’라는 곳에서 빛을 발했다. 1년도 되지않아 조회수 100만 회를 넘겼다. 꽤 나쁘지 않은 성적이라 생각한다.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제목과 글감을 고르는데 나름 소질도 있는 것 같다. 언론고시를 준비하며 약 1년 동안 100편이 넘는 글을 썼고, 날고 기는 글쟁이들과 스터디를 하며 보는 눈을 키웠으며, 어떻게 하면 내 글이 시험장에서 눈에 띌 수 있을까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들이 지금의 결과를 만들었다 생각한다. 그때의 시간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지 않았을까?


최근에 한 지인과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오랫동안 승무원을 준비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한다. 그래도 그때 면접을 준비했던 모든 과정들 덕분에 전혀 다른 산업군의 회사에 지원할 때도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스스로의 모습을 카메라로 찍고 수십 번 돌려봐 가며 연습했을 지난날들이 절로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래서 그런지 함께 유튜브 촬영할 일이 있었는데, 카메라 앞에서 긴장한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촬영을 했다.


설령 실패한 경험일지라도 어떠한 형태로든 ‘자산’으로 남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Photo by Bank Phrom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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