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는 전 세계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유럽 도시 중 하나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맛있는 음식들이 많아서? 유명한 명품브랜드를 저렴하게 살 수 있어서? 물론 이것도 정답이겠지만, 그보단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가우디의 건축물을 보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 더 많다.
나 또한 가우디의 작품을 더 깊게 이해하고 싶어서 가이드 투어에 참여했었다. 가우디 공원을 구경하고 성당으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던 찰나, 가이드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여러분, 이제 1분 뒤면 버스가 올 텐데,
버스기사님한테 꼭 올라(Hola)라고 인사해 주세요!
유치원생도 아니고 어엿히 다 큰 성인들에게 인사를 해달라고 부탁한다니 이 무슨 일인가. 가이드분께서 말하길 스페인 버스기사들이 그렇게 '왜 한국 사람들은 버스탈 때 인사를 하지 않느냐고' 불평불만을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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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유럽에선 낯선 사람과 길거리에서 눈을 마주치더라도 가벼운 눈인사를 자연스레 주고받는 곳이다. 모두가 인사를 하는데 한국인들만 인사를 하지 않으니, 자연히 무시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때의 기억은 꽤 오랫동안 나에게 잊히지 않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사람들을 유심히 살피는 계기가 되었다. 관찰해 보니 10명 중에 9명은 인사를 하지 않았다. 버스기사도 인사를 안 하는데, 내가 먼저 구태여 인사를 해야 하냐라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진심으로 충격을 받은 건 버스기사가 먼저 인사를 건넴에도 불구하고, 눈 한번 마주치지 않고 아무 말 없이 교통카드만 찍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심지어 이어폰도 안 꼈었다!)
인사를 받아주지 않는 사람들에겐 버스기사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걸까? 마치 가상세계에나 존재하는 홀로그램처럼 말이다.
안녕하세요 말 한마디 하는 건 어렵지 않다. 실제로 나는 버스에 탈 때 기사님이 답을 하든 안 하든 상관없이 먼저 인사를 하거나 가벼운 목례를 한다.
내가 요금을 지불했기에 당연히 운전해줘야 할 사람이 아닌, 나를 도착지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줄 고마운 분들이라 생각하면 쉽사리 지나칠 수 없다.
날이 갈수록 개인과 개인의 연결이 희미해지는 요즘이다. 우리가 용기 내서 먼저 인사를 서로 건넨다면 조금은 지금보다 살만한 세상으로 변하지 않을까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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