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에서 가장 꼴불견인 행동은 무엇일까? 제 집인 양 빨래를 하거나 염색하는 행위? 개인적으론 물을 펑펑 낭비하며 쓰는 사람들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머리에 샴푸칠을 하거나 잠깐 자리를 비움에도 불구하고 물줄기를 시원하게 틀어놓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절로 인상이 찌푸려진다. '저 물들이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닌데..' 대신 수도꼭지를 잠궈주고 싶은 심정이다.
아버지는 초등학교 4학년인 나를 수돗물 정화시설에 데려가셨다. 성인인 지금 가도 엄청 크게 느껴질 규모인데, 키 150도 안 되는 초등학생의 눈엔 오죽 더 그곳이 거대해 보였을까. 수십 미터는 길게 늘여진 배수로, 엄청나게 깊은 원통 수조들, 락스 향 비슷하던 소독향까지. 그 모든 풍경은 어린 나에게 꽤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물 부족 국가니 아껴 써라는 백 마디보다 더 효과적이었다.
사진: Unsplash의Thái An
아빠의 교육방식을 잘 보여주는 일화가 또 있다. 비가 억수로 오던 날, 온 가족이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세차게 쏟아지는 장대비에 앞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사고가 날까 걱정이 되었던 나는 왜 와이퍼를 켜지 않냐고 물어봤다. 비가 많이 내릴 때는 오히려 와이퍼가 더 시야를 방해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와이퍼를 켜고 유리창이 더 얼룩지는 걸 보여주어, 가족들이 일동 당황한 기억이 난다.
이처럼 아버지는 말보다도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셨던 분이다. 그 영향 때문인지 나도 실체가 없는 뜬구름 잡는 소리 대신,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얘기들을 더 좋아한다. 자식 낳을 생각이 없어 육아는 잘 모르겠지만, 만약 나보다 어린 사람을 가르쳐야 한다면, 아버지가 내게 보여주었듯 실제 경험을 통해 스스로 깨우치게 도울 것 같다.
아버지는 아마 내가 이렇게 지난 과거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하시겠지. 잘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이 글을 보여드려야겠다. 아빠를 위한 헌정글이에요! :)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