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뚜벅 느긋하게
인공지능이 세계 정상의 고수들과 바둑을 둔다. 카페에서 키오스키로 주문도 받고 분주한 식당에서는 서빙도 한다. 회사의 복잡한 회계 업무들도 척척 해낸다. 작곡도 하고 연설문도 작성하고 시도 짓는다.
ai가 자기 학습으로 인간의 능력을 추월하고 인간을 대신하는 놀라운 인공지능시대가 도래했다. 공룡처럼 세상의 모든 백과사전을 한입에 날름 먹어치운 ai가 복잡한 회로의 작업들마저 하나둘씩 빠르게 쓸어 담아 삼키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많은 세상의 지식을 습득하고 연구하고 판단하는 인공지능의 세상을 우리는 지금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무용지물이 되어 우리는 갈수록 무기력해져 나태해질 것이다. 복잡하게 엉켜 눈부시게 빛나던 인간의 두뇌도 세밀하고 섬세한 손가락들도 점점 더 무디어져 녹이 슬어 그 빛을 잃어갈 것이다. 반짝이는 젊은이들은 직업을 잃고 갈수록 환락가로 배달 알바로 스며들 것이다. 귀찮고 복잡하고 난해한 일들은 모두 ai에게 맡기고 점점 퇴화할 것만 같은 불안이 엄습하는 것은 변화무쌍한 시대에 뒤떨어진 나이 든 자의 지나친 기우일까.
며칠 전 마주친 이웃은 일 잘하는 무보수 중국산 청소부를 들였다며 매우 만족해했다.
동그란 청소기가 제 스스로 물을 데워 걸레를 빨고 소독도 하고 구석구석 모서리마저 말끔하게 청소해 내는 인공지능 청소부란다.
그동안 내내 눈치 보며 살피던 까칠한 파출부처럼 변덕도 부리지 않고 투덜거리지도 않고 불평불만조차 없이 묵묵하고 입이 무거운 인공지능 청소부 덕에 요즘 마음이 편해졌다며 얼굴이 활짝 피었다.
시간이 갈수록 인간의 두뇌와 손을 필요로 했던 직업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무섭게 앞만 보고 질주하는 초고속 시대에 떠밀려 우왕좌왕 간신히 말석에 겨우 올라탄 아날로그인 나는 이제 어떻게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 할지 길 잃은 미아처럼 두렵고 서글퍼지곤 한다.
지는 석양과 마주 선 나이에 굉음을 울리며 무섭게 질주하는 세상에서 정신없이 휘둘리고 패대기 쳐지며 불안하게 실려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나는 물 웅덩이를 맴도는 소금쟁이처럼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인공지능이 현란하게 써주는 현학적인 시가 아닌 나만의 고유한 정서로 글을 쓴다. 아무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 낡은 시의 옷을 말갛게 헹궈 입고 잊혀가는 아날로그의 삶을 당당하고 느긋하게 뚜벅뚜벅 걸어가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