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도 기분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군요.
아침부터 비가 내리는 창밖을 보며
오늘은 걷기 운동을 당당하게 패스해도 되겠군, 생각했습니다.
허무해도 밥을 먹고
허무해도 책을 읽고
허무해도 출근을 하고
허무해도 글을 씁니다.
허무해도 살아야 합니다.
특히나 마음 둘 곳이 없는 날은
기어코 꾸역꾸역 노트북을 엽니다.
팔짱을 끼고 깜빡이는 커서를 노려봅니다.
저절로 입에서 한숨이 나옵니다.
그래도 버텨봅니다.
뭐라도 한 글자 써 봐야죠.
인생의 허무를 탐구하며
필멸이 운명인 인간이 불멸을 사랑해서 허무한 것이 아닐까? 따위의 글을 써내지는 못해도요.
그냥 두서없이 흩어지는 돌멩이 같은 단어라도 나열해 봐야죠.
그렇게 시간을 밀어내다 보면
내일은 날이 개이듯이 마음도 개일 것입니다.
물론
또다시 머지않은 그날에 허무가 달려들겠지만요.
그래도
인생은 허무하지만 글을 씁니다.
꾸역꾸역
모래알처럼 입안에 걸리고
돌멩이처럼 흩어지는 단어들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