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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너무 허무해서 달리기나 해 볼까 합니다.

이번엔 오래간다


  며칠째 지겨운 허무 타령입니다.

아니 며칠이 아니고 근 한 달이 다 돼 가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허무감에 시달린 적은 없는데 이번엔 꽤나 오래가는군요.


계절이 바뀌는 탓인가요? 생각해보지만

그럴 리가 없어요.

나는 가을을 벌써부터 기다리고 있었다고요.


오늘 아침

새벽의 서늘함에 눈을 뜨고 창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찬바람이 훅 들어오는데

와, 드디어 가을이다, 살아야겠다. 생각했거든요.






티 나지 않는 허무함




 허무하다, 허무하다 노래를 부르는데 식구들 누구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슬그머니 부아가 나네요.

노래를 불러서 그렇겠지요.

아니,

입으로는 허무하다고 하면서

여전히 나의 몸은 규칙적인 시계처럼 하루를 살아내고 있어서일 거예요.

좀 앓아 누워야 하는데 말이죠.

하지만

그건 컨베이어 벨트처럼 돌아가는 일종의 공정 같은 거예요.

루틴이라고 부르죠.


오랜 루틴

일찍 일어나고,

오전엔 뭐라도 하고

시간 되면 노트북 챙겨서 카페로 자리를 옮겨서 뭐라도 쓰고

그리고 오후엔 일을 하러 나가고

퇴근 후에도 또 뭐라도 루틴을 이어가고.


기차레일처럼 이어지는 하루라는 시간에

영혼 없이 루틴을 올려놓았습니다.

자동으로 루틴은 루틴대로 기차레일을 따라 굴러갑니다.

나의 몸은 저절로 그 루틴대로 움직이는 것일 뿐이고요.


그 루틴에 올 3월부터 운동을 넣었습니다.

영어회화 수업이 끝나면 운동을 하는 건데요.

늘 정발산을 오르거나 둘레길을 걸었는데

오늘은 갑자기 뛰어야겠다 싶었습니다.


뛰기에는 호수공원이 제 격이라

습관적으로 정발산으로 향하려는 발을 호수공원으로 틀었습니다.







  그냥 아무 생각도 없이 탁, 발을 땅에서 튕기며 뛰기 시작했습니다.

내 나이는 60, 뛰어보기는 고등졸업 후 처음인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때 뛰기 실력은 자타공인 전교꼴등이었는데

뛴다는 건 생각만 해도 몸져누울 일이었는데

그냥 뛰어버렸습니다.








좀 뛰면 인생의 허무가 깨어지려나......

기대하면서 말이죠.


돌아오는 길에는 왼쪽 다리가 뻐근하니 올라가지를 않네요.


그래도 내일도 좀 뛰어보려고요.

뛰다 보면 인생의 허무가 좀 깨어지지 않겠어요?


어찌됐던 온 몸으로 이 허무와 싸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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