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몸뿐인가 봅니다.(다이어트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내 몸이 무겁다.
3월에 뜬금없이, 무작정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뜬금없이는 아니고 같은 일을 하는 동료들이 나이 들어도 건강하게 계속 일하자는 취지로 운동방을 만들었고 그 방에 슬그머니 합류를 하게 됐습니다.
어찌 됐던 꾸역꾸역 끌려가리라 생각했지요.
운동이라고는 모르고 살았는데,
아니 애써 피해 다녔었는데
60 나이에 시작하게 된 겁니다.
운동을 시작하면서 이참에 살을 좀 빼자 싶어 다이어트를 같이 시작했습니다.
2023년 2월 28일 나의 몸무게는 62.8kg
이러다 63이 되면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아 살을 빼자 결심했습니다.
먹을 것과 먹기를 멀리 할 것들
막상 다이어트를 실천해 보니
단순한 나의 일상에
몸무게를 빼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크게 먹을 것과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나눴습니다.
0을 정제식품의 끝이라 하고 10을 비정제 식품의 끝이라고 한다면 10에 가까운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런 음식들은 생각보다 조리도 쉽고 단순해서 나의 라이프 사이클에 더 잘 맞았습니다.
한식을 좋아하고
두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목숨처럼 끼니를 챙겼습니다.
다듬고 씻고 썰고 데치고 무치고 끓이고...
정말 열심이었죠.
하지만 두 아이 모두 성인이 되고 남편도 끼니를 밖에서 해결하는 요즘
더 이상 요리하는데 나의 소중한 시간을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 하나만을 위한 상을 차리게 되지도 않았고요.
그저 간단하게
고기 몇 점을 굽고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채소를 볶고 한 접시에 담아서 먹는 날이 많아졌는데
그게 바로 다이어트 음식이었습니다.
간단하게 먹고
주 3회 이상은 정발산을 올랐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살이 빠지고 몸무게가 줄었습니다.
2023년 9월22일 오전 나의 몸무게는 54.5kg
평균 한 달에 1킬로 그램 정도 감량이 된 듯하네요.
물론 이러다 어느 날 또 요요가 와서 다시 찌게 될지는 모르지만
나이 들면서 더 이상 무겁게 살고 싶지가 않아서,
그저 가볍고 단순하게 살고 싶어서 계속 심플하게 먹을 겁니다.
몸은 바뀌었는데 마음은 그대로
그동안 다이어트 일지와 나의 일기를 정리해 보니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나의 몸뿐인가 봅니다.
올 3월부터 나는 심한 번-아웃에 시달렸습니다.
작년 11월에 나만의 책을 출간하고
11월, 12월, 1월, 2월 몹시도 바쁜 일정이 이어졌습니다.
전국 25곳 정도를 다니며 강연을 하고 독자를 만났습니다.
어느 주는 3일을 새벽에 일어나서 ktx에 몸을 싣고
부산, 대구 어디든 갔습니다.
물론 좋아서 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 시간들이 썰물처럼 지나가고
내 몸은 기진맥진 탈진했습니다.
몸이 탈진하면 정신도 탈진하는 건가 봅니다.
뭔가가 한꺼번에 밀려왔다가 한꺼번에 밀려갔습니다.
일렁이는 파도 위에서 한바탕 파도를 타고 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 시간들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내가 남았을 때
나는 완전히 소진됨을 느꼈습니다.
3월엔 그렇게 마음이 일렁였습니다.
4월에도 그랬고요.
5월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6월엔 멀리 영국으로 도망치듯 여행을 떠났지만 다녀와서는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했습니다.
7월엔 잠깐 좋아졌지만
8월엔 다시 곤두박질쳤습니다.
그리고 9월, 지금도 여전합니다.
3월부터 지금까지 몸무게는 8킬로가 줄었지만
마음은 그 자리 그대로 여전합니다.
아마도 이렇게 9월을 넘기겠지요.
사람은 자신의 정신을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보니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내 몸뿐인가 봅니다.
이 마음을 어쩌지 못하는 걸 보면요.
그래도 지금처럼
생각 없이, 단순하게 먹고 걷고 뛰고 일하다 보면
다시 마음이 살아나겠지요?
어쨌거나 허무함과 싸우고 있으니 언젠가는 다시 살아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