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을 하기 위해선 '나'는 방해가 되었고 '나'를 두고 왔다
내 생각엔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려온 것 같다. 지금 까지라는 건 사회경력 10년 차의 현재 말이다. 학생 때부터 남들이 다하는 건 흥미가 없었다. 그래 한다면 남들이 안 하는 거, 포기하는 거, 잘못하는 것을 하기로 생각했다.
어렸을 때부터 유독 퍼즐을 좋아해, 중학교 때는 매일 큐브를 끼고 살고 수집에 정기모임까지 다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놀기만 한듯한 생각이다. 그래서 고등학교는 제대로 하자는 마음에 공고에 들어가 기술을 배웠는데 이때가 시작이었던가.
대회에 입상하고 대기업에 취업, 노후가 너무 걱정되어 많은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고 젊은 나이에 다양한 경험을 얻고, 개인사업에 다단계까지 웬만한 건 다 해보았고 나름대로의 성과도 있었다. 물론 그렇게 할 수 있게 되기까지 열심히 달리고 달렸는데 지금 돌아보면 참 열심히 달렸다.
달리기 위해 내가 좋아했던 퍼즐, 게임, 친구, 인맥 다 포기하고 하고자 하는 일에 몰두했다. 생각해보면 하고자 했던 일이 모두 안전한 수익과 노후에 관련된 것들이었고,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지 몰두에 몰두를 더했다. 형편을 생각해 직접 벌어 대학도 가보았고, 차도 사보고, 바리스타도 따 보고, 한식도 배워보고, 기타도 배우고, 사진도 배워보았다. 왜? 달리다 지칠 때쯤이면 느슨해지는 게 싫어 뭐라도 배워야 했으니까.
전부 나를 위해 해왔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주변 사람들과 비교해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내가 진짜 하고 싶어서 한 게 맞았나?
난 사실 다른 게 하고 싶지 않았나? 뭐가 하고 싶었지?
그래 뜬금없지만 미술과 바둑이 하고 싶었었다. 나는 퍼즐을 맞추고 싶었고 만화와 게임을 즐기고 싶다.
하지만 전부 포기했다. 나를 위해 미래를 위해서.
그래서 나는 17살의 나를 두고 왔다. 그 좋아했던 나 자신을 그 자리에 두고 또 다른 나는 열심히 달렸다.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선 '나'는 방해가 되었고 그래서 '나'를 두고 왔다.
달리기 위해 필요 없었던 저 뒤에 두고 온 17살의 나를 언젠가 다시 데리러 갈 것이다.
'외롭겠지만, 그래도 지금 난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지금의 나는 스스로도 대견스럽다고 생각하지만(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내가 두고 왔던 '나'도 지금 것 암말 없이 기다려준 거 보면 참 대단하다. 이렇게 글을 쓰고 보니 한 가지 문득 떠오른다.
'아, 지금 보니까 두고 온 게 아닌 거 같은데?'
맞다 두고 온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껏 내가 좋아해 왔던 것들을 완전히 등한시 해온 것이 아니다. 중간중간 틈틈이 해왔었고 그렇기에 지금까지 기억할 수 있었다. 내가 할 수 있었다는 것은 '나'는 옆에 있었기 때문이 아녔을까?
그렇다. 지금 보면 난 두고 온 게 아니다. 항상 옆에 두고 같이 걸어왔던 거다. 두고 온 줄 알았던 '나'는 항상 내 옆에서 지켜보며 힘들 때마다 위로와 응원을 해주었고 내 주변 사람들도 그 모습들을 지켜보았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인내심이 대단한 내가 있었다' 분명 뭐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