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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년생 가장의 통장 잔고, 그리고 4억 빚의 정체

빚은 나를 잠들지 못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카페인이다

by 김천명

2025년 12월, 전쟁 같았던 육아 퇴근을 마쳤다. 오늘은 유난히 힘들었다. 눈물이 살짝 나올뻔 했다. 시곗바늘은 밤 12시를 넘어가고 새벽1시는 금방이다. 방금 전까지 아빠를 찾으며 보채던 셋째와 두 아이가 모두 잠든 적막한 거실. 나는 작업방에서 의자에 앉아 습관처럼 컴퓨터를 켰다.


그때마다 나에게 떠오르는 건 총부채, 약 3억 4천만원.

+ 자체 부채 6천만원해서 총 4억원.


정확히 말하자면 내 집 마련을 위한 주택 담보 대출, 다섯 식구의 발이 되어주는 카니발 할부금, 그리고 경제적 자유를 꿈꾸며 부동산 오피스에 투자한 신용 대출과 나의 목표인 47평 집 인테리어 비용을 합친 숫자다.


난 누구나 이정도 부채는 있다고 생각하는 한편, 너무 욕심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하루에도 수십번 생각이 교차한다. 누군가는 이 숫자를 보고 혀를 찰지도 모른다.


1992년생, 올해 서른넷. 공고를 졸업하고 재직자 전형 4년제를 2학년까지만 다니고 휴직한 뒤, 대기업 S사를 제 발로 걸어 나왔다.


하지만 나는 이 숫자가 두렵지 않다. 오히려 이 4억 원이라는 숫자는, 나를 매일 눈 뜨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카페인이자, 내 인생을 다음 단계로 밀어 올릴 로켓 연료다.


불과 1년 전인 2024년 10월, 나는 큰 고민에 빠져있었다. 전세 만기는 내년 5월이지만 전세사기는 만연했으며, 이사를 가자니 상황과 형편이 따라주질 않았다. 가진 돈이라곤 전세보증금 3,400만원이다. '가장'이라는 이름표가 그토록 무겁게 느껴진 적이 없었고, 아버지가 보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내 명의의 아파트 거실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지하 주차장에는 우리 다섯 식구를 안전하게 태워줄 듬직한 차가 서 있다. 1년 사이에 로또라도 맞은 걸까? 아니면 주식 대박이 터진 걸까?


나는 그저 목표가 있었다. 그리고 그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했다. 이렇게 말하면 지금 경제적 자유를 벌써 이룬것 같지만, 생각만은 그렇게 하고 있다.




나는 소위 말하는 금수저도, 흙수저도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야생 수저'다.

고등학교 시절, 남들이 문제집을 풀 때 나는 기술을 배웠다. 1년 365일 중 명절 이틀을 뺀 363일을 밤 10시까지 학교에 남아 기술을 연마했다. 덕분에 전국기능경기대회 메달을 목에 걸었고, 스무살에 S사라는 울타리에 들어갔지만,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안락한 울타리는 나를 지켜주기도 하지만, 나를 가두기도 한다는 것을.


그래서 뛰쳐나왔다. 그 후의 삶은 롤러코스터였다. 애드센스로 월 1,000만 원을 벌며 '디지털 노마드'의 정점을 찍어보기도 했고, 코인 투자로 1억 원을 허공에 날리며 바닥을 기어보기도 했다. 믿었던 사람에게 사기를 당해보고, 내가 주최한 사업이 망가져 내 돈으로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해주며 빈털터리가 되기도 했다.


이 치열한 생존기 끝에 내가 얻은 교훈은 단 하나다. "내 인생의 핸들을 남에게 맡기면, 반드시 사고가 난다."

구글의 정책이 바뀌면 내 수익이 0원이 되고, 달콤한 말들은 나에게 해당되지 않는 다는 것을. 나는 더 이상 그런 삶을 살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 다시 '기술'을 연마한다. 예전에는 컴퓨터 앞에 앉아 도면을 그렸다면, 지금은 '마케팅'이라는 공부를 한다. 퇴사 후 부동산 일을 할 때 발로 뛰며 전단지를 돌렸다. 지금은 'AI'를 비서로 고용해 데이터로 가망 고객을 찾는다.


내가 짊어진 4억 원의 빚은 나를 누르지 못한다. 아버지가 전세사기를 당하셨을 때도,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을 때 보험금 '0원'이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고 피눈물을 흘렸을 때도, 내 집마련을 하고 싶지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 의해 자격을 얻지 못했을 때도, 어렵게 모은 수 천만원의 돈을 날렸을 때도, 이제 내 가족의 리스크를 완벽하게 방어하고, 나아가 자산을 증식시키는 방법을 처절하게 공부했다.


이 기록은 빚 4억을 짊어진 92년생 세 아이의 아빠가, 단순히 빚을 갚는 것을 넘어 '경제적 자유'라는 목적지까지 가는 치열한 운행 일지다.


혹시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다고 느끼고 있는가? 감당할 수 없는 무게에 짓눌려 잠 못 이루고 있는가? 그렇다면 나의 이야기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것은 다시 되돌아 보기 위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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