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이른 감귤따기 체험을 하다.
10월 중순인데도 제주도는 따뜻하다. 아직 반팔옷을 입고 다니니 제주도가 우리나라 가장 남쪽(마라도는 제외)에 위치한 것은 분명하다. 출근길에 동네 감귤밭에서 감귤 수확이 시작된 것을 보았는데, 전국 어디든 주황빛 제주 노지감귤을 만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아빠, 나 귤 먹고 싶어."
딸아이의 말에 연휴 마지막 날 아침, 애월읍에 위치한 '부가네 농장'으로 차를 몰았다. 이곳은 우리 가족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제주도로 이주하기 전, 겨울 한달살이를 할 때 가족들과 찾아가 감귤체험을 했던 곳이다. 그때 찍었던 사진들을 가끔 보는데, 아이들이 참 어렸다. 그때 추억을 가족끼리 이야기하며 '부가네 농장'에 도착하였다. 아쉽게도 4년 전, 사장님 부부는 계시지 않았지만 며느리분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감귤체험 하고 싶어서요."
"아직 조금 이르기는 한데, 익은 것만 골라서 따세요."
내가 감귤체험을 좋아하는 이유는 신선한 귤을 그 자리에서 바로 따서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과일이 그렇겠지만, 나무에 달려있던 귤을 바로 따서 먹으면 마치 살아있는 과일을 먹는 것 같은 생명력이 느껴진다. 체험비를 내고 농장안에서 먹는 귤은 무제한 공짜이기에 많이 먹을 수록 이득이다. 아직 본격적인 감귤 시즌이 아니어서 농장 안에는 우리 가족밖에 없었다. 우리 가족은 감귤밭에서 감귤을 따고, 사진을 찍고, 새콤한 감귤을 마음껏 맛보며 시간을 보냈다.
한글날 연휴 기간 동안 찾아온 관광객으로 제주도는 지금 포화상태이다. 어디를 가도 사람이 많고, 유명한 맛집은 긴 웨이팅 시간을 각오해야 한다. 제주도민으로 살다보니 이제 어디를 가야 사람이 별로 없는지 알고,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맛있는 음식점(도민 맛집)이 어디 있는지를 안다. 흔히 가을 겨울 제주도는 여름만큼 갈 곳이나 할 것이 많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가을 겨울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감귤따기 체험'을 해볼 것을 권장한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분명히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이 생겨날 것이다.
귤을 한 박스 차에 싣고 집에 오는 길에 애월해안도로를 달렸다. 애월해안도로는 이미 관광객들이 점령하사디피 했다. 모두들 차를 세우고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사진을 찍는 사람 모두의 얼굴에 활짝 웃음꽃이 피어 있었다. 그들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일 것이다. 여행은 이렇게 모든 사람들이 웃음짓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매일을 여행하며 살고 싶다.'
라는 생각으로 제주도에 내려왔는데, 막상 현실이 되니 이 마음을 잊어버릴 때가 있다. 익숙함은 그래서 두렵다. 제주도가 익숙해서 지루하다고 느낄 때마다 집밖으로 나가려 한다.
"역시 제주도는 나와야 해."
집에서 편히 쉬는 것이 좋다가도, 막상 밖에 나오면 언제나 하는 이 말처럼 제주도에 살며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제주도를 마음껏 느끼고 싶다.
제주도의 최고 전성기인 가을이 찾아왔다.
곧 출하가 되는 새콤한 감귤과 함께 가을을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