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제주도로 퇴근한다.
나는 원래 어두운 사람이다. 매사에 비판적이고 따지기를 좋아하며, 지나간 일에 대하여 곱씹고 한숨을 자주 쉬었다. 서울에서 내가 가장 자주 들었던 말은
“넌 너무 비판적이야. 그렇게 살면 피곤하지 않아?”
라는 말이었고, 그것이 잘못된 것인지도 몰랐다. 오히려 비판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어야 정신이 깨어 있고, 발전한다고 믿었다.
그런 내가 변했다. 우리 부부와 친하게 지내는 아내의 동료교사이자, 성산 동생의 아내분이 내게 별명 한 가지를 붙여 주었다.
행복전도사!
제주도에 내려와 매일 행복하다고 노래 부르고 다니니 붙여준 별명이다. 제주도에 내려온 후, 처음 나를 보는 사람들은
“표정이 너무 밝으세요.”
라는 말을 한다. 얼마 전 타운하우스 이웃인 전직 IT기업 팀장의 아내분이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우리 아들이 타운하우스 아빠들 중에 신선생님이 가장 좋대요. 왜 그러냐니까 매일 웃고 다녀서 볼 때마다 자기도 기분이 좋아진다나, 어쩐다나."
초등학교 5학년 아이에게도 이런 말을 듣고 사니, 내 얼굴이 어느새 웃상(웃는 상)이 된 모양이다. 아무튼 나는 지금 이렇게 산다.
제주도는 매사에 부정적이던 내 성격을 변하게 만들었다. 사람의 성격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다 그런 것은 아닌 모양이다. 환경이 사람의 성격을 만들기도 한다는 그 말이 요즘 더욱 가슴에 와닿는다. 제주도에서 우리 가족은 참 바쁘다. 여기저기 가족 모임 초대받기에 바쁘고, 술 마시기에 바쁘고, 이웃과 여행 가기에 바쁘다. 어디서든 우리 가족을 찾아주니 낯선 제주 땅에서 외롭지 않다.
“여보, 우리 술 좀 그만 먹어야 하지 않아? 간도 쉬는 날이 있어야지.”
라고 매일 다짐하지만 이웃의 저녁초대를 외면할 수가 없어 이 다짐을 한 번도 지킨 적이 없다. 직장에서도 적이 없어,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제로이다. 사람과의 갈등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우리 가족은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찾아주고, 필요로 하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서울의 지인들은 제주도에서 이렇게 살고 있는 우리 가족을 보며 신기해 한다. 얼마 전 제주도에 놀러온 아파트 형들이 나를 놀리며 말했다.
야, 넌 여기가 딱이다. 아주 네 세상이구만?
사람들은 남들보다 앞서고, 많이 가져야만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주위 사람이 볼 때는 충분히 가질 만큼 가진 사람이지만 항상 부족하고 욕심이 난다. 가지려고 하면 할수록 부족한 것이 욕심이다. 반대로 내려놓을 수록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 돈에 대한 욕심을 버리면 지금 가진 것이 너무 많은 것 같아 부자로 느껴지고, 남들과의 비교를 멈추면 현재의 나에 만족한다. 버릴수록 많은 것을 얻게 되니 참 신기한 일이다.
제주도는 매사에 조급하던 나에게
뒤로 물러날 수 있는 시간을,
주변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을,
다른 사람의 말을 존중할 수 있는 시간을,
하고 싶은 말 대신 잠시 호흡할 수 있는 시간을,
여유있게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서울에서 절대 들을 수 없었던,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을 선물 받았다.
행복 전도사!
지금 나는 제주도에서 행복을 전도하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