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없는 삶

나는 제주도에 친구가 없다

by JJ teacher

나는 친구가 없다.

서울에 살 때는 간간이 연락하고, 만나고, 마음만 먹으면 술 한잔할 친구가 있었는데 제주도에 내려오면서 친구들이 끊어졌다. 제주도로 이주하면 재미있는 것이 인간관계가 한 번 싹~~! 정리된다는 것이다. 만일 '내 주위에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궁금하다면 섬으로 이사를 하면 알 수 있다. (말도 안되는 가정이지만)섬으로 이주했는데도 변함없이 연락을 하고 지낸다면 그 사람은 진짜 내 사람이다.

제주도에 이주하고 가족과의 시간이 늘어났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내가 개인적으로 만날 친구들이 없다는 것이다. 약속이 없고, 만날 사람이 없으니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제주도에 살면 외롭다. 이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 외로움을 견딜 수 없다면 제주도에 살 수 없다.


나는 원래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내 별명은 '선비'였다. 책 보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해 매일 백일장 대회나 나가는 나를 친구들이 놀리려고 만든 별명이었다. 대학도 교대를 나왔으니, 더군다나 여자밖에 없는 국어교육과를 나왔으니 내 주위에는 동성 친구들이 많지 않았다. 참고로 내가 교대를 가던 시절에는 남자 비율을 의무적으로 정하지 않던 시절이어서, 과에 남자가 나포함 두 명이었다. 내가 교대를 다닐 때 가장 부러웠던 것은 커다란 종합대학교에서 남자 학우들이 과대항 축구를 하는 것이었다. 나는 대학교 시절에 바느질을 하고, 재봉틀을 돌리고, 요리실습을 하고, 무용을 하고, 피아노를 치고, 수채화를 그리며 혼자서 엄혹한 시간을 견뎌냈다. 만일 내게

'내가 교대에 다니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 단 한 가지, 교사가 되고 싶어서야. 다른 것은 필요 없어.'

라는 확고한 의지가 없었다면 다른 길을 택했을지 모른다. 현직에 나와서도 남교사는 찾아보기 드물고, 항상 청일점이었던 내가 외로움에 익숙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서울에서 근무하며 비슷한 또래의 동료교사와 친하게 지내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내 그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혼자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시간을 보냈다. 결국 나는 제주도로 내려왔다. 이곳은 철저하게 혼자이다. 물론 이웃과 저녁식사를 하고, 여행도 다니며 친하게 지내지만 그들을 친구라고 하지는 않는다. 아이들로 인해 맺어진 이웃이기에 마음 속 깊은 부분까지 털어놓으며 지내는 것이 조심스럽다. 이웃들이 아무리 친해도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면 언제 끊어질지 모를 일이다.

혼자 지내는 삶, 그것이 꼭 나쁘지는 않다. 시간을 온전하게 자신과 가족을 위하여 쓸 수 있고, 무엇인가 배우고자 마음 먹었다면 타인으로 인해 시간을 침범당하지 않기에 집중하기에 좋다. 내가 책을 출간하기로 마음 먹은 지 6개월만에 책을 출간하고, 헬스장에서 P.T.를 받고, 책을 읽고 브런치에 글을 올릴 수 있는 것도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로움,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퇴근 후

"술 한잔 어때? 콜?"

하며 만날 친구가 없고, 항상 아내와 함께 아니면 혼술이다.

주말마다 하는 차박

주말 3일을 가족들과 온전히 함께 보냈다. 1시간도 가족과 떨어진 적이 없다. 금요일 밤에는 새별오름으로 차박을 다녀오고, 토요일에는 바비큐 파티를 하고, 일요일에는 거문오름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아내와 아이들이 모두 잠든 지금이 유일하게 나 혼자 있는 시간이다. 문득 가까이 사는 친구와 술 한잔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휴대전화를 들어 연락처 목록을 검색해 본다. 서울, 울산, 대전, 부산.... 술 한잔 하자고 불러낼 친구가 제주도에는 없다.

'제주도에 살아서 행복하다.'

라고 매일 노래 부르고,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이런 때면 외롭다.

제주도에 사는 것,

그것은 스스로 외로움을 선택하는 일이다.

혼술을 즐길 수 있어야 하며,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만나자는 말 대신

"언제 한 번 제주도 놀러와."

라는 말로 대신해야 한다.

제주도를 사랑하기에 이러한 것들은 묻어둘 수 있지만......

나도 가끔은 외롭다.

외로움을 감내하며 사는 것,

이것도 제주살이다.

억새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외로운 가을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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