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노지차박에 도전하다

제주도 차박의 명소 새별오름

by JJ teacher

제주도에 내려와 캠핑을 한지 4년이 되어가지만, 냉정히 말해 나는 아직 초보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아이들이 어리다는 이유로 전기와 온수 시설이 잘 갖추어진 오토캠핑장만을 찾아 다녔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나는 오토캠핑장을 가려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한글날 황금 연휴에, 캠핑 열풍, 제주도 가을의 환상적인 날씨까지..... 제주도의 모든 캠핑장은 풀예약 상태였다. 마지막 보루였던 지인인 '귤빛캠핑장' 사장님께 직통전화를 했다.

"죄송해요. 지금 대기자까지 있어요."

헉! 연휴기간 동안 집에만 있어야 하나? 좌절하고 있을 때, 아내가 말했다.

"그럼 차박이나 가자."

일찍이 새별오름이 차박명소라는 사실을 동료 선생님을 통해 들었던 나는 금요일 저녁 부랴부랴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아무리 차박이지만 하룻밤 자고 오는 일이기에 은근히 짐이 많았다.


가을이어서 해는 금방 졌다. 새별오름 주차장에 도착한 시각이 저녁 7시 30분, 너무 깜깜했다.

'그냥 집에 갈까?'

이 어둠 속에서 세팅을 할 것을 생각하니 막막했다. 하지만 기대하고 따라온 아이들과 아내를 보며, 몸을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다. 불을 밝히고, 잠자리를 만들었다. 간단한 저녁을 먹을 수 있도록 세팅을 마쳤다. 역시 텐트 캠핑에 비하면 차박은 아무 것도 아니다. 막상 세팅을 하니 별로 힘들지도,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았다. 이래서 차박차박 하는구나. 편의점에서 사온 음식을 간단하게 먹고, 캠핑을 즐겼다. 아이는 아이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각자의 방식으로 제주도의 밤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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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 별은 지천이지,

사방은 고요하지,

풀벌레는 울어대지,

사람은 없지,

별을 보며 마시는 맥주 맛은 또 얼마나 기가 막힌지,

새별오름 앞에서의 시간은 이미 멈추어버린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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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두 대에 세팅된 잠자리에서 우리 가족은 집보다 편하게 잤다.(역시 차박할 때는 토퍼를 깔아야 한다. 차박 매트 다 필요 없다. 토퍼면 끝!) 처음 노지차박을 갈 때는 망설였다. 전기나 온수가 없고,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는 곳에서 캠핑을 한다고 생각하니 막막했다. 유명한 해수욕장에서 차박은 몇 번 해보았지만, 그런 곳은 화장실이 잘 되어 있고, 와이파이가 터지고, 사람들도 많고, 조명이 밝아 노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새별오름 차박은 진정한 노지캠핑이었다. 캠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산 깊은 곳, 사람들이 없는 곳만을 찾아다니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번 캠핑을 겪으며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오토캠핑과는 비교할 수 없는 편안함이 있었다. 몸이 아닌 마음의 편안함. 새별오름에서의 하룻밤은 힐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내게 알려주는듯 했다. 어둠으로 둘러싸인 새별오름에서 나는 내 자신과 만날 수 있었다. 내 숨소리가 느껴졌고, 내가 지금 가진 생각에 집중할 수 있었다.

KakaoTalk_20211009_110120640_04.jpg 이곳에서도 아이들은 저러고 논다. 에휴~~ 오늘은 봐준다~~
KakaoTalk_20211009_110120640_05.jpg 오늘밤 나의 잠자리

제주살이가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지루해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한동안은 제주도 깊숙한 곳만 찾아다닐 것 같다.

제주도를 더 깊이 알아갈 시간이다.

차박 아침.jpg 새별오름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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