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였던가? 도덕책에서 주변인이라는 말을 보았다. '질풍노도'라는 말과 함께 기억하고 있는 것을 보면 분명 '사춘기'에 대하여 배우고 있었던 것 같다. 이유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때부터 내 머릿속에 '주변인'이라는 말이 각인되었다.
제주도에 내려오기 전, 서울에서 교사로 일했다. 서울 초등학교 교사의 구성을 보면 대부분이 서울교대나 이화여대 출신으로, 나처럼 지방교대를 나온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것이 무슨 큰 문제일까 싶지만, 교직생활을 하다보니 가끔 소외감을 느낄 때가 있었다. 직원체육 시간에 신나게 운동을 하다가도 슬금슬금 짐을 싸서 가는 선생님들에게
"어디 가세요?"
라고 물으면 그들은 민망한 듯 말했다.
"서울교대 동문회가 있어서."
그들이 모두 떠난 체육관에서 지방교대 출신 2~3명은 체육관을 정리하고 쓸쓸히 퇴근을 했다. 교육청 연수가 있어 교육청에 가 보면 모두들 반갑게 인사를 하며 악수를 했지만, 나는 말붙일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외롭게 혼자 연수를 듣는둥 마는둥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괜한 외로움이 느껴졌다.
그때는 그랬다.
제주도....
제주도는 완벽히 혼자다.
제주도는 일단 제주교대 출신이 아닌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제주교대의 비율이 98%이상이니 나와 같이 육지에서 대학을 나온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학교 현장에서 낯설지만 완벽하게 서울말을 구사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심지어 내 고향은 서울도 아닌 대전이다.)
그래서 외롭냐고?
Never!!
전혀 그렇지 않다. 어디를 가도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고, 말붙일 사람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아니! 더 심해졌지만, 중요한 것은 내 나이가 40을 넘겼다는 것이다. 외로움도, 박탈감도, 소외감도 이미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졌다. 마음에 어느새 굳은 살이 박혔다. 이제는 그 외로움을 즐기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나는 주변인이다. 지금껏 한 번도 주변인이 아니었던 적이 없다.
사전을 보면 주변인의 뜻이 '둘 이상의 이질적인 사회나 집단에 동시에 속하여 양쪽의 영향을 함께 받으면서도, 그 어느 쪽에도 완전하게 속하지 아니하는 사람.' 이라고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