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나는 그렇게 공부를 잘하지 못했지만, 내가 지금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언제나 열심히는 했다는 것이다. 결과는 미미했지만, 슬프게도 결국 내게 그것이 최선이었다. 사람마다 공부하는 스타일이 다르겠지만 나의 공부 스타일은 간단했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 그 흔한 학원도 안 다니고, 과외도 받지 않았다. 혼자 공부하는 것을 좋아해서 꼭 다니는 곳이 있었다. 그곳은 바로 독서실이다. 나는 집중이 필요하면 어딘가 콕 박혀있어야 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넓은 대학도서관 열람실이나 카페는 나와 맞지 않는다. 그런 곳에서 공부하느니 차라리 집에 있는 것이 낫다. 하지만 독서실은 다르다. 나만의 공간, 나만의 책상이 있다. 3면이 막힌 독서실 책상은 내가 아기자기 꾸밀 수도 있고, '고생 끝에 낙이 온다!'와 같은 낯뜨거운 말도 마음껏 책상에 부착할 수 있다. 그 좁은 공간에 있으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을 것만 같다. 내가 흔히 말하는 sky는 가지 못했지만 교대에 들어가고 임용고시를 2번이나 패스한 것(별로 중요하지 않은 기록이지만)도 모두 독서실의 힘이다.
대전 본가에 일이 있어 어제 급하게 육지에 올라왔다. 일을 어느 정도 마무리짓고,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쉬워서 독서실에 왔다. 좀 있어 보이려면 카페에서 음악을 들으며 아메리카노와 함께 책도 읽고, 글을 써야 하는데 내가 그렇게 세련된 스타일이 아니다. 요즘 독서실은 내가 고등학교 시절 다니던 독서실과는 차원이 다르다. 1인실, 다인실, 스터디카페, 휴게실, 세미나실... 컨셉별로 다르게 꾸며져 있다. 나는 노트북을 써야 해서 스터디카페실로 들어왔다. 아침 9시에 와서 밤 9시까지 있는데 전혀 지루하지가 않다. 역시 나는 독서실 타입이다.
요즘의 독서실 클라쓰~~!
아내와 결혼하고 책 읽겠다고 동네 독서실을 가고, 1급정교사 연수 시험 준비한다고 방학내내 독서실에 다니는 나를 아내는 참 의아하게 생각했다.
"거기 답답하지 않아? 나는 생각만 해도 숨막힌다. 고등학교 이후로 가본 적이 없네."
아내는 잠과 싸워가며 치열하게 공부하던 고등학교 시절이 떠오르는 듯 몸서리를 쳤다.
"나는 독서실만 가면 마음이 편안하더라. 집중도 잘 되고."
아내는 끝내 나를 이해 못했지만 나는 그 후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독서실에 갔다.
요즘은 독서실도 기업화가 되어 매우 쾌적해졌다. 내가 중고등학교 때 다녔던 독서실에서는 불량한 학생들도 꽤 많아서 독서실 옥상에는 담배꽁초가 가득했다. 이성끼리 만나 연애하는 일도 흔했다. 지금의 독서실은 그런 학생들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오히려 지나치게 조용해서 책장 넘기는 것조차 눈치가 보일 때가 있다. 언젠가 식사를 하고 자리로 돌아왔을 때, 포스트잍에 이런 글이 적혀 있어 웃었다.
숨 좀 작게 쉬어 주시면 안되겠어요? 숨소리 때문에 집중이 깨져요.
내 나이 40이 넘어서 고등학생에게 숨쉬는 것도 허락을 받아야 하다니. 웃픈 이야기이지만, 요즘 독서실은 숨소리 크기도 조절해야 한다. 그뒤로 정말 조용히 숨쉬었다. 하마터면 산소부족으로 실려갈 뻔했다. 진~짜~다!!
오늘 내가 사용한 스터디카페 컨셉의 독서실
오늘 종일 독서실에 앉아 글도 쓰고 책도 보고, 브런치글에 댓글도 달고, 인터넷 검색도 하면서 하루를 재미있게 보냈다. 제주도에서 하루 24시간을 가족과 보내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이렇게 혼자 있어보니 혼자 보내는 시간도 얼마나 사람에게 필요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특히 무엇인가 집중할 일이 있을 때, 독서실에 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 번 와보면 알 것이다. 요즘 독서실이 얼마나 좋은지, 같은 책을 읽어도 얼마나 흡수가 잘 되는지, 글이 얼마나 잘 써지는지, 혼자 있는 시간이 얼마나 재미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