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작가 직업체험 중

꿈꾸는 것은 자유잖아?

by JJ teacher

나는 지금 작가 직업체험 중이다.

지난주 화요일 어머님께서 편찮으셔서 대전집에 왔다. 그동안 제주도에 코로나로 육지방문 자제령이 내려져 대전에 올 수 없었는데 방학이기도 하고, 이때 아니면 어머니를 챙겨드릴 수 없을 것 같아 대전에 왔다. 대학병원 진료를 마치면 금방 내려갈 줄 알았는데, 경과를 지켜보자며 한 번 더 진료 약속이 잡혔다. 영락없이 2주동안 대전에 머무르게 되었다. 다음 진료까지 특별히 할 일도 없고 이참에 출판사에 낼 원고를 탈고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서 독서실을 등록했다.

대전에서 나의 하루 일과는 이렇다. 아침잠이 없으신 어머니 때문에 강제적으로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난다. 어머니와 아침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머니께서 노인센터에 가신다. 노트북과 책 몇 권을 챙겨 아침 9시에 1등으로 독서실로 온다. 오전내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점심을 먹고 오후내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어머니가 오시면 어머니와 저녁을 먹고 다시 독서실로 간다. 대전은 코로나 상황이 좋지 않아 독서실도 밤 10시면 문을 닫는다. 밤 10시까지 책을 읽고 글을 쓰다가 맨 마지막으로 독서실에서 나온다. 집에 와 맥주 한 캔을 마시며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밤 12시가 넘어서야 잠자리에 든다.

1628575820547274000_1280.jpg 매일 1등으로 오는 내 자리

나는 독서실만 가면 수험생 마인드가 된다. 고등학교 때도 그랬고, 임용고시를 준비할 때도 그랬다. 나이가 들면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지금도 독서실에 가장 먼저 와서 가장 늦게 간다. 주인없이 가방과 책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을 상상하면 빈 자리가 나를 부르는 것 같아 견딜 수가 없다. 내게 강박증이 있는 것은 알고 있는데 독서실에 와보니 여전했다. 덕분에 나는 지금 작가 직업체험 중이다. 한때(아니, 지금도)

'교사 그만두고 작가로 살 수는 없을까?'

라고 고민한 적이 있다. 내가 제일 부러워하는 사람이 유시민 작가이다. 언젠가 TV에 유시민 작가의 사무실이 나온 적이 있었는데 유시민 작가는 그곳이 자신의 직장이자, 작업실이었다.

common0Q65PG78.jpg 방송에 나왔던 유시민 작가의 작업실

자신만의 작업실이 있다면 눈치볼 사람도, 이유도 없으니 좋을 것 같다. 전업작가들은 가장 조심해야할 것이 게으름이라고 한다. 그래서 작가중에는 직장인과 똑같이 작업실로 출근하고 퇴근하는 사람이 많다. 굳이 할 일이 없어도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하며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계획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지금 작가 직업체험을 하고 있다. 치열하게 입시와 취업을 위하여 공부하는 사람들 눈에는 한가롭게 책이나 보고 글을 쓰는 내가 신기해 보일 것 같다.

'저 사람은 뭐하는 사람일까?'

라는 궁금증을 가진 사람도 있는 듯하다.


며칠 이렇게 살아보니 이것도 참 재미있다. 무엇보다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어 좋다. 직장은 내 의사와 상관없이 시간과 공간에 묶여 있어야 한다. 보고 싶지 않은 사람도 매일 봐야 한다. 하지만 작가는 주어진 시간을 자신의 의지대로 조절할 수 있다. 꼭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을 할 필요도 없고,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날 필요도 없다. 글을 쓰다가 책을 보아도 되고, 음악을 들어도 된다. 잠시 누워 잠을 자도 된다. 시간의 주체가 자신이다. 누구 하나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퇴사를 꿈꾸고, 프리랜서의 삶을 동경하는 것 같다. 인간의 본성에 직장이나 조직은 맞지 않다.

나도 전업작가, 프리랜서로 살면 게으르지 않게 잘 할 수 있는데......

내가 뭐 유시민 작가도 아니고, 항상 꿈만 꾸어본다.


방학이 일 주일 남았다.

곧 현실로 돌아갈 시간이다.

나는 지금 독서실에서 작가 직업체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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