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봄이 좋다.
제주도에 봄이 찾아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봄을 좋아하지만 제주도에 사는 나에게 봄은 그 이상이다.
봄이 되면 나는
제주도로 출근하고 제주도로 퇴근한다.
제주도로 이주한 후 아침마다 콧노래를 부르며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만지고, 옷을 고르고, 향수를 뿌리며 출근 준비를 하는 나를 보고 아내는 기가 막힌 듯이 말했다.
"서울에서 출근할 때 그렇게 한숨 쉬고 인상 쓰더니만 지금은 어떻게 콧노래가 나오지?"
이렇게 제주도에서 행복하게 지내는 나를 더욱 부추기는 것이 봄이다.
따뜻한 햇살과 맑은 공기, 눈 앞에 펼쳐진 한라산, 푸른 바다와 하늘, 노란 유채꽃까지.......
직장에서 일하는 것은 도시나 이곳이나 고달픈 일이지만
제주도의 출퇴근길은 분명 도시와 다르다.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 있다고
제주도에 살아도 제주도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바다요? 매일 봤던 건데 뭐 특별한가요?"
라고 말하는 제주도민들이 대부분인 것을 보면 아무리 멋지고 특별해도 익숙해지면 그 감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다행히 아직 나에게 제주도는 설레는 곳이다.
매주 금요일이 되면 길가에는 '하, 허, 호' 번호판을 단 렌트카가 즐비하다. 요즘 운전을 하다보면 날씨가 따뜻해져 창문을 내린 채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설레는 감정을 주체 못하는 관광객들을 자주 본다. 그런 관광객들을 만날 때면 나도 제주도에 관광을 온 듯한 착각이 든다. 이럴 때면 지금 내가 운전하는 차가 렌터카이고 나는 그들과 다를 바 없는 영락없는 관광객이다. 나는 이렇게 매주 금요일마다 제주도로 여행을 간다. 이것이 제주도에 사는 맛이며 제주도에 사는 이유이다.
따뜻한 봄이 되면 출근길, 퇴근길에 차안에서 크게 틀어놓고 목이 쉬어라 따라 부르는 노래가 있다.
바로 가수 10CM의 '봄이 좋냐?'
제주도에 봄이 찾아왔다.
그래, 나는
봄이 정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