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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 독서실을 들이다

나만의 아지트가 생기다

by JJ teacher

나는 독서실을 좋아한다.


중고등학교 시절 나는 변변한 학원 한번 다니지 않았지만 시험기간이나 공부를 하고 싶을 때면 무조건 집앞의 독서실로 향했다. 고 3때 내가 공부를 위해 투자한 돈은 독서실비가 유일했다. 공부를 특출나게 잘하지는 못했지만, 사교육 한번 받지 않은 내가 그래도 교대에 들어가고 교사를 하고 있는 것은 모두 독서실의 힘이다.

나는 공부를 하거나 무엇인가에 집중해야할 때 무조건 구석 어딘가에 처박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성향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변하지 않아서 글을 쓰거나 집중해야 할 일이 생기면 여지없이 독서실을 등록했다. 이런 내가 제주도에 내려와 살다보니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편의점도 걸어서 15분 걸리는 집 주변에 독서실이 있을 리가 없었다. 독서실을 가려면 차로 20분이나 운전해서 제주시내로 나가야 했다. 그 시간이면 집에 있는 것이 시간으로 보나 경제적으로 보나 현명했다. 하지만 아쉬운 마음은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집에 독서실을 들였다.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집안에 독서실을 만들 수가 있다. 단순히 독서실 책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1인 독서실을 설치했다. 이러한 결정을 하기까지 아내를 설득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집도 좁은데 그 큰 걸 어디다 설치한다고 그래?"

"다 투자야. 여기서 글도 쓰고 공부도 하고, 자기발전 몰라?"
내 말에 아내가 말했다.

"자기발전은 꼭 독서실을 집안에 설치해야 할 수 있는 거야?"
"응~!!"

아내는 기가 찼겠지만 나는 진심이었다. 결국 아내에게서 반강제적인 허락조차 받지 않고! 오늘 안방에 떡~~!! 하니 독서실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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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 들여놓은 나만의 독서실

그래서 만족하냐고?

당연하지~! 너무나도 만족스럽다. 방 세 개인 집에 아들 방, 딸 방, 부부침실은 있는데 내 방은 없어 노트북을 들고 이방저방 다니며 글을 쓰고 공부를 했다. 이제는 문을 닫고 들어가면 생기는 나만의 아지트가 있으니 이보다 아늑하고 좋을 수가 없다. 아내는 독서실은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힌다고 들어와 보지도 않지만 다 성향의 차이 아니겠는가?

"그냥 이건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할래. 얼마나 건전해. 뭐 나쁜 곳에 돈 쓰는 것도 아니고."

아내에게 했던 이 말처럼 이 작은 공간은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퇴근 후 짧은 저녁시간에 더욱 몰입하고, 생산력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어하는 나에게 선물하는 작은 공간이다.

40이 넘어 독서실을 다니고,

독서실 책상을 안방에 들여놓는 내가 다소 엉뚱해 보일 수는 있지만......


나는 지금 행복하다.

이런 것이 소확행 아니겠는가?

이곳에서 좋은 글을 쓰겠다고 큰소리를 쳤으니

더 열심히 글을 써야겠다.


애월읍 시골마을

나만의 1인 독서실의

밤이 깊어간다.

KakaoTalk_20220323_225200107.jpg 독서실의 밤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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