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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Jul 12. 2022

여보, 제주 사는 것 만족해?

(전)서울특별시민, 제주도민이 되면 하게 되는 정기적인 질문

  저녁을 먹고 헬스를 다녀온 아내는 시원하게 맥주 한잔을 들이켰다. 아이들은 모두 나에게 맡겨놓고 운동을 다녀온 아내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운동 가기 싫어도 다녀오면 상쾌하다니까."

  직장에, 육아에....... 나는 이미 혼자 맥주를 들이켜고 있었다. 아내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며 물었다.

  "여보, 제주 사는 것 만족해?"

  한동안 묻지 않았는데 또 이 물음을 던지고야 말았다.


  "아주~~그냥 ~~ 목에 물기가 촉촉하시구먼?"

  나는 가끔 아내의 어법에 놀랄 때가 많다. 목에 물기가 촉촉하다고?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나는 한참을 웃고는 말했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여보가 맥주 한잔 마시면 혼자 감성에 젖어서 정기적으로 물어보니까 그러는 것 아니야. 왜 오늘도 취하셨남?"

  "아니.... 꼭 그런 것은 아니고..."

  얼버무리는 나를 바라보던 아내가 말했다.

  "응, 아주 만족해. 더 좋아졌어. 제주 사는 것."

  나는 그제야 만족한 듯 어깨를 펴고 아내에게 말했다.

  "그치? 그럴 줄 알았어. 남편 잘 만나서 호강하는 것만 알아."


  제주에 이주하니 묻게 되는 질문,

  "여보, 제주 사는 것 만족해?"


  제주살이에 대하여 아무런 관심도 없던 서울 여자를 섬 사람으로 만들어 묻게 되는 물음,

  누구 부러울 것 없이 살던 서울 초등교사를 제주 초등교사로 만들어 묻게 되는 물음,

  주위에 백화점이 두 개나 있는 서울 한복판 아파트에 살던 서울 토박이를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무밭만 보이는 애월읍 주민으로 만들어 묻게 되는 물음,

  주중에는 혜화동 대학로 소극장에서 연극공연을 보고

  주말이면 강남, 홍대 펍에서 술을 마시던 도시 여자를

  네 캔 만원 맥주에 내 얼굴만 보며 술을 마시게 만들어 묻게 되는 물음.


  지금도 난 아내에게서

  "난 지금이 가장 행복해. 제주 잘 온 것 같아."

  이 대답을 들어야 마음이 놓인다.

  어쩌다 보니 술기운이 오르면 정기적으로 하는 질문이 되었지만

  난 아직도 내 인생 최대의 결정에 대한 확인을 하고 싶다.


  제주살이 5년차가 되니 가끔 이 결정이 잘한 것인지 회의감이 들 때가 있다.

  재미있는 것은 어쩌다 제주도민이 된 아내는 지금 나보다 더 만족하며 살고 있다.

  서울특별시 여자도 만족하며 살고 있는데

  충청도 남자가 불편하다고 투정을 부릴 때가 있으니 참 우스운 일이다.

  불편하고 외로운 마음이 들 때면

  아내는 지겹겠지만 다시 물어야겠다.


  "여보, 제주 사는 것 만족해?"

인정하자. 매일 어디서 이런 바다를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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