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1월 중순이다. 시간의 속력이 나이에 비례한다더니 점점 시간이 빨라지는 느낌이다. 올해 초, 나는 몇 가지 버킷리스트를 세웠다. 올해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버킷리스트를 점검할 필요성이 느껴졌다.
버킷리스트 첫 번째, '제주 여행 가이드 북' 출판
두 번째 책 출판은 작년 11월에 계약을 했기에 내가 약속만 지키면 이루어지는 일이었다. 두 번째 책 때문에 우리 가족은 거의 10개월을 여행자의 삶을 살았다. 주말이나 공휴일에 집에 있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고, 제주도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밖에서 먹고 잠을 잤다. 우리 가족이 함께 쓴 두 번째 책은 8월에 무난하게 출간되었다.
아직 광화문 교보 평대에 넓게 진열되어 있다.
버킷리스트 두 번째, '동화책' 출판
사람들은 나를 제주도에 폭 빠져 제주도로 이주한 교사, '제주살이'이야기만 쓰는 에세이스트로 아는데 사실 나의 전공은 '어린이 문학'이다. 대학원에서 전공을 하고 등단을 한 것도 '동화'이다. 초등학생 아이들과 지내는 나의 직업상 자연스럽게 공부를 하고 글을 쓰게 된 것인데 어찌 된 일인지 아직 동화책을 출간하지 못했다. 다음 달, 드디어 내 첫 동화책이 출간된다. 원고는 이미 넘어갔고 출판사에서 열심히 작업중이다. 출판사의 좋은 기획하에 글을 쓰게 된 것이라서 느낌이 좋다. 드디어 내가 쓴 동화책을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읽을 수 있게 되어 설렌다.
출판사 편집자님께 최종으로 피드백 받은 원고파일
버킷리스트 세 번째, '바디 프로필' 도전
나처럼 정적인 사람이 헬스장에 가서 몸짱을 만든다는 것은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도전일 것이다. 이 목표를 위하여 1년 5개월 동안 일주일에 5번씩 헬스장에 갔고 내가 먹은 닭가슴살이 몇 개인지 헤아릴 수가 없다. 트레이너에게 들어간 돈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바디프로필은 내년으로 미루어야 할 듯 하다. 원래 외소한 체격상 벌크업에 이르는 시간이 오래 걸린데다가 다시 다이어트를 시작해서 지방을 날리고 근육만 남기려면 최소 5~6개월은 더 필요할 것 같다. 그래도 62kg이었던 몸무게가 72kg이 되었고, 근육량도 몰라보게 증가했으니 소득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몸짱 도전은 아직 진행형이다.
얼마나 불태웠던가......!!
부끄럽지만 나는 서울에 살 때 '버킷리스트'라는 것을 세워본 적이 없다. 그때 내가 생각했던 것은 '최연소 교감 승진하기'정도였다. 꿈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활의 패턴이 그쪽으로 맞추어져 있었다. 학교의 온갖 일 도맡아 하기, 관리자에게 인정받기, 유능한 부장교사 되기, 승진 점수 따기, 회식자리 술상무 하기. 나에게 찾아온 번아웃은 이렇게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걸치려 했기 때문일 것이다.
제주도 이주 후, 나의 모든 시간은 나와 가족에게 맞추어져 있다. 버킷리스트 또한 나의 건강, 나의 취미, 나의 꿈, 가족의 일상에 있다보니 하루하루가 여유롭고 행복하다. 내가 세운 버킷리스트도 막연하지 않다. 서울에서 직장동료와 술 먹던 시간을 조금만 투자하면 얼마든지 이룰 수 있는 것들이다. 버킷리스트가 특별히 거창하거나 추상적이지 않기에 하나씩 이루어 나가는 맛이 있다.
내년 2023년의 버킷리스트를 세워본다.
지금 내가 구상하고 있는 버킷리스트는 1) 바디프로필 상반기에 찍기 2) 영어회화 정복-원어민처럼 대화하기 3) 캠핑카 타고 전국 일주이다. 생각만 해도 설레고 기분이 좋다. 다른 것은 가능할 것 같은데 '캠핑카 전국일주' 때문에 고민이다.
"우리 캠핑카 한 대 살까?"
라고 이야기했다가 매섭게 째려보는 아내의 얼굴을 이미 보았기에 당분간은 조용히 지내야 할 듯 하다. 하지만 내 특기가 '호시탐탐 기회 노리기'이기에 적당한 때를 기다려 본다.
지난 주까지 반팔을 입고 다녔는데 제주도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오늘 밤, 내년 버킷리스틀 생각하며 캠핑카를 검색해 보아야겠다.
언제나 말하지만 허락보다 용서가 빠르다.
당근에 캠핑카가 올라와 있는데..... 중고가 1억 1500만원....!! 버킷리스트를 바꾸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