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의 기술'에 관하여

나 좀 내버려 두면 안될까?

by JJ teacher

교사의 가장 좋은 점은 방학이 있는 것이라던데......

나에게는 지금 방학이 없다. 1월 한달을 거의 매일 출근했고 집에 와서도 학교 업무를 하는 등 시달리고 있다. 주중이고 주말이고 상관없이 걸려오는 학교 전화에 언제나 출근을 대기하고 있으며, 방학이 되어야 혼자 계신 어머니를 돌봐 드리러 잠시나마 고향에 갈 수 있는데 지금까지 가지 못하고 있다. 교육청에 보내야 할 연구계획서를 한 달 동안 쓰며 그동안 정말 마음고생이 심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하는데,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나에게 맞는 일인가? 나처럼 간섭 받기 싫어하고 자유로운 영혼이 관리자와 한 공간에 틀어박혀 교육청 공문에 시달릴 것을 생각하니 벌써 숨이 막힌다. 처음 연구부장직을 맡게 되었을 때는 '오랜만에 담임교사가 아닌 전담교사를 하겠네.'라는 생각에 설렘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학기가 시작도 되지 않은 시점에 벌써 업무과중을 느끼니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게도 문제가 있다.

잘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 묵묵히 참고 견디는 성격,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성격,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하는 인정욕구, 가끔은 희생적인 사람이 되려하는 쓸 데 없는 영웅심리 등 내가 고치고 싶어하는 성격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여보는 거절의 기술이 필요해."

옆에서 혼자 스트레스 받아하는 나를 보며 아내가 말했다. 가끔 뼈 때리는 말을 잘하는 아내는 이번에도 내 가슴에 꽂히는 말을 남겼다.

"거절의 기술?"

"여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못하겠다고 해. 계속 지금처럼 일하다가 한번 못하겠다고 하면 여보 엄청 나쁜 사람 된다. 사람이 다 그렇잖아. 매일 거절하는 사람이 한 번 해주면 상대방이 엄청 고마워 하고 매일 말 잘 듣던 사람이 거절하면 나쁜 사람 되고, 그게 세상이더라고."

씁쓸하지만 그 말이 맞다는 것을 나는 이미 학창시절, 군대시절을 거쳐 사회생활을 하며 알고 있다. 사람들을 비판하고 원망할 필요가 없다. 나도 그래왔으니까.


MZ세대라 불리는 요즘 20~30대의 젊은 사람들은 참 당당하다.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말할 줄 알고, 거절도 잘한다. 직장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이들에게 가장 흥미있는 소재는 '퇴사'이며 이러한 이야기를 다룬 책과 글이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학교라는 보수적인 조직체에서도 MZ세대는 확연하게 다른데, 자기 일만 탁 하고 직장내에서 인간적인 관계를 맺지 않으려는 그들의 모습에 놀라움을 느낀다. 승진에 관한 생각도 기존의 세대와 다르다. 그들은 승진에 대해서도

'응~~ 난 안 해. 너나 하세요~~'

라고 말하는 것 같다. 나와 같은 X세대는 지금까지 직장을 삶의 일부로 느끼며 살아왔기에 그들의 사고가 새로울 뿐이다. 나는 솔직히 그런 MZ세대의 마인드가 부럽다.

X세대가 MZ세대가 될 수는 없겠지만 내가 더 당당해질 수 있는 '거절의 기술'을 배우고자 한다. 그것이 나의 삶을 더욱 윤택하고 행복하게 할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슬프게도....

오늘 토요일 아침, 브런치 글을 마무리하고 이제 학교에 가야 한다.

교감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젠장!


'거절'이라는 키워드 하나 입력했을 뿐인데.... 사람들 고민은 다 같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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