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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Feb 08. 2023

하늘로 간 강아지 '제주'

에메랄드빛 보석이 되었다.

  강아지 '제주'가 죽었다.


  2018년 2월 28일 이삿짐 정리가 한창이던 제주이주 첫째날,

  한 부부가 심장이 아플 정도로 귀여운 강아지를 안고 우리집 앞에 서있었다.

  서울에서 제주도로 이사를 오기 전 진돗개를 입양하고 싶어 연락을 한 적이 있었고, 무산이 되어 아쉬웠었는데 기적처럼 우리집에 오게 되었다.

  그렇게 '제주'는 운명처럼 우리 가족과 같은 날, 제주살이를 시작했다.

우리와 함께 제주살이를 시작한 진돗개 '제주'

  입이 아프도록 자랑할 만큼 영특하고 듬직했던 제주

  낯선 우리 가족의 제주살이에 위로와 힘을 주었던 진돗개 제주!

  언제나 옆에 있을 것만 같았기에 소중함을 잠시 잊었나보다.

  우리 가족이 제주살이에 만족하고 행복함을 누리는 만큼

  강아지 '제주'의 존재가 흐려지고 있었나보다.


  그날 아침에도 함께 아침 산책을 했었는데

  택배 아저씨를 보고 힘차게 컹컹! 짖었었는데

  나와 눈이 마주치자 꼬리를 세차게 흔들었었는데......

  외출을 하고 돌아오니 마치 '제주'는

  잠이 든 것처럼 집안에 편안히 누워 있었다.

  그리고는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오래 함께 산책을 했을텐데,

  좋아하는 간식도 많이 사주고

  함께 더 놀아주었을텐데,

  너를 좀더 안아주고 너의 체온을 느꼈을텐데......'

  

  우리 가족은 '제주'가 가는 길만큼은 외롭지 않게, 슬프지 않게 해주고 싶어

  '제주'를 차에 실어 배를 타고 제주에서 여수로, 여수에서 김해로 갔다.

  멀고 고단한 길이었지만 그것이 마지막으로 우리 가족이 해줄 수 있는 일이었기에

  아이들도 힘든 여정을 불평 없이 함께 했다.

  한낮에 떠나 새벽이 되어서야 하늘로 올라간 강아지 '제주'는

  에메랄드빛 스톤이 되어 우리 가족의 품에 안겼다.

  어느 보석보다도 영롱한 빛이 되어 우리 가족의 마음에 안겼다.

경남 김해시에 있는 반려동물 장례소- 제주도에는 이러한 곳이 없어 김해시까지 왔다.
영롱한 빛이 되어 온 강아지 '제주'

  태어나 강아지를 처음 키워보았던 아내는 충격과 슬픔이 컸는지

  '제주'이야기만 나오면 지금도 눈물을 흘린다.

  강아지를 워낙 좋아했고 어렸을 때부터 많이 키워보았지만,

 

나는 두렵다.


  출근전 항상 함께 걸음을 맞추고 동네를 산책할 친구가 없다는 것이

  내가 퇴근하기만을 기다리던 나를 가장 좋아하는 친구가 없다는 것이

  모닥불을 피우고 함께 불멍을 할 친구가 없다는 것이

  햇살 좋은 날, 커피를 마시며 따뜻한 햇볕을 느낄 친구가 없다는 것이 두렵다.


  이토록 맹목적으로 누군가를 바라보고 사랑할 수 있을까?

  5년을 살고 떠난 진돗개 '제주'를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본다.

  

  미안해, 제주야. 잘해 주지 못해서

  고마워, 우리와 함께 해주어서...

  널 절대로 잊지 않을게.

  하늘에서 편히 쉬렴.


  안녕, 제주야...

https://www.instagram.com/reel/CoUxnP1u__h/?igshid=NTdlMDg3MTY=

  <아내가 만든 강아지 '제주' 짧은 추모 영상>

  


*그래도 부지런하게 꾸준히 브런치 글을 올렸었다고 생각하는데, 잠시 브런치를 쉬었습니다. 강아지 제주는 1월 29일에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 제 스스로 마음이 정리될 때까지 시간을 가진 후 이제야 제주 이야기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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