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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Jan 25. 2023

제주도의 부동산

이제는 정말 집을 사야할까?

  지난주에 집주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연세 입금 임박시점에 집주인에게 걸려오는 전화는 경험상 절대로 반갑지가 않다. 십중팔구! 세를 올린다고 말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번에는 우리도 할 말이 있었던 것은 작년에 이미 연세 300만원을 올렸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확답도 받아 놓았다.

  "300 올리는 대신 내년에 올린다고 말하지 마세요."

  역시나 집주인은 연세 이야기를 꺼냈다.

  "금리가 너무 올라서 저희도 힘들어요."

  '금리는 자기만 올랐나....'

  평소에 싫은 말 잘 못하는 성격이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런 법이 어디 있나요? 작년에 안 올리시기로 하셨잖아요."

  예상치 못한 단호한 목소리에 당황했는지, 아니면 명분이 없었는지 집주인은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 올해까지 사시고 내년에는 집 비워주세요."

  그러면서 한 마디를 덧붙였다.

  "싸게 살고 계신 것은 아시죠?"

베란다에서 바라본 제주 풍경

  월 200 가까운 돈을 내고 사는 것이 싸게 살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매년 이러한 일이 반복되니 요즘 심각하게 집을 매수할 고민에 빠져있다. 지금 살고 있는 집도 우리가 산다고 하면 가격을 잘 쳐준다는 집주인의 사전 포섭도 있었고, 점점 하강곡선을 그리는 집값과 주거 안정성에 대한 바람이 고민을 가중시키고 있다. 

  

  제주도의 부동산, 언제나 하는 생각이지만 참 어렵다.

  제주도의 부동산은 육지와는 다른 특성이 몇 가지 있다. 

  첫째, 변동성이 심하다. 제주도는 이주붐이 불 때와 이주붐이 꺾였을 때의 차이가 심하다. 즉 분위기에 따라 부동산이 요동친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는 일정한 흐름과 시세라는 것이 있는데 제주도는 이것 외에도 제주 이주 분위기라는 특이한 요소가 가격을 좌우한다. 지난 2~3년간 코로나로 인하여 해외에 나가지 못하고 모든 경기가 얼어붙었을 때 제주도는 호황을 누렸다. 육지의 많은 사람들이 1~2년 제주살이를 하러 내려왔고 이로 인하여 비어있던 제주도의 타운하우스가 꽉 들어찼다. 그때는 집도 보지 않고 연세가 나오면 바로 계약을 했다. 그러나 코로나가 풀려가는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제주도에 내려왔던 사람들이 다시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작년까지 공실이 없던 우리 타운하우스도 빈집이 여러 채 생겼다. 그리고 아직 새로 이사를 온 집은 없다.

  둘째, 제주도는 전세보다는 연세를 선호한다. 내가 처음 제주도에 내려올 때만 해도 연세에 비해 전세 물건이 귀하고 전세가 나오면 금방 거래가 되고는 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연세를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이유는 제주도에 내려오는 사람들이 쉽게 치고 빠질 수 있는 연세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제주도 인구가 매년 늘어 곧 70만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하는데 이 인구의 1/3은 이주민이다. 성공적으로 제주에 정착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1~2년 안에 다시 육지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높은 보증금의 전세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지금처럼 금리가 오르면 집주인들은 높은 이자 때문에 전세로 물건을 내놓고, 세입자들은 연세를 찾으니 공급과 수요가 맞지 않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셋째, 제주도민들은 집을 잘 사지 않는다. 제주도는 섬이다. 이 말은 아무리 멀어도 대부분 한 시간 이내 생활권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제주를 떠나지 않는 도민들은 대부분 이곳이 고향인 토박이분들인데 대대로 살아온 집이 있고 특별히 이사를 갈 이유가 없다. 결혼을 하고 분가를 한다고 해도 한 번 집을 매수하면 집을 옮길 필요가 없다. 아무리 타운하우스가 예쁘게 지어졌다고 해도 토박이분에게는 상관 없는 일이다. 덧붙여 재미있는 사실은 제주 토박이분들은 풍경 좋은 바닷가나 산간에 지어진 집보다는 도심 한복판에 있는 아파트를 선호한다. 

  넷째, 수요에 비하여 공급이 많다. 지금도 제주도에서 경치가 좋은 곳에는 타운하우스나 다가구 주택이 지어지고 있다. 인구에 비하여 지나치게 많은 집들이 지어지고 있는 것이다. 제주붐이 불 때는 이렇게 멋진 풍경의 집을 찾아 많은 이주민들이 왔지만 지금처럼 제주붐이 꺾일 때면 공실이 될 확률이 높다. 때문에 건축주나 건설사에서는 이러한 집들을 펜션이나 에어비앤비 등 숙박업소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잘못 집을 매수했다가는 집을 매도해야 할 때 낭패를 겪을 확률이 높다.


  분명히 집은 투자의 개념이 아니라 주거의 개념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집이 가진 진정한 의미이다. 하지만 고향이 제주도가 아닌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제주도에서 집을 사는 것은 위험요소가 많다. 지금은 제주도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언제까지 제주도에 살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돈 걱정 없는 부유한 사람이라면 제주에 세컨 하우스 개념으로 하나 장만할 수도 있겠지만 나처럼 평범한 공무원이 그럴 여유가 있겠는가?


  그래서 택한 연세살이... 

  매년 반복되는 연세로 인한 집주인과의 실랑이에 서울집을 처분하고 제주도에 집을 사야하나 고민이다.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여러모로 고된 제주살이다.


  이제는 정말 집을 사야할까?이제는 정말 집을 사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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