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몰랐지만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책을 출간하게 되면서 1,000이라는 숫자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출판사마다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책을 낼 때 초판 부수를 1,000권으로 정하는 경우가 많다. 1,000권이 모두 소진되면 2쇄(중쇄)를 찍는다. 책 1,000권을 파는 일이 별 것 아닐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의외로 1쇄를 다 소진하지 못하고 절판되는 책이 대부분이다. 2쇄만 찍어도 중박은 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이다.
일상에서도 1,000은 100과는 다른 의미로 쓰인다. 숫자 100을 많거나 크다고 보지는 않지만 1,000부터는 많고 큰 숫자로 여긴다. 100m 달리기는 '한번 뛰어볼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1,000m 달리기는 생각만 해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연인 사이에도 1,000은 특별한 숫자인데 100일 이성을 사귀는 것은 흔히 볼 수 있지만 1,000일을 만난다는 것은 3년 가까운 시간을 함께 했다는 것이기에 쉽지 않다.(오죽하면 이승환의 '천 일 동안'이라는 노래가 나왔을까?)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도 1,000은 학교의 규모를 가늠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학생수 1,000명이상이면 대규모 학교라 부른다.
2021년 4월 브런치에 첫 글을 올렸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며 사람들이 내 글에 대하여 라이킷을 누르고 댓글을 다는 것이 신기했다. 쓴 글에 대한 사람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보는 것이 즐거웠고 자주 소통하며 지내는 작가님도 생겨났다. 직장에 다니며 밤늦게 또는 휴일에 글을 올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브런치는 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면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브런치와 함께 하며 책을 두 권 출간했고, 내가 대학원에서 전공한 분야인 동화는 지금 삽화 작업중에 있다.(출간이 예상보다 많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주 한 권의 책을 더 계약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브런치 전과 후의 모습이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지난주에 계약을 완료했다. 이번에도 부부 공동저자입니다.
브런치를 하며 내내 이루고 싶었던 것이 한 가지 있었는데 바로 구독자 수 1,000명을 돌파하는 일이었다. 브런치를 처음 시작할 때 구독자 1,000명은 유튜브 구독자 10,000명이랑 같은 의미이며 구독자가 1,000명이면 출판 관계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눈여겨 본다는 의미라고 들었다. 이것이 하나의 속설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쉽게 늘지 않는 구독자 수를 보며
'꾸준히 쓰다 보면 언젠가는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나를 다독였다. 얼마 전 구독자 1,000명이 되었다는 브런치 알림을 받았다.
확실히 1,000이라는 숫자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 알림 이후 내 외면적인 상황이 바뀐 것은 없지만 내면적으로는 변화가 있다. 글을 쓰는 것이 더욱 즐겁고 재미가 있다. 오랜 기간 꾸준하게 글을 써온 나에 대한 보상인 것 같아 보람도 느껴진다. 부족한 내 글을 읽어 주시는 독자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사람들에게 더욱 의미있고 울림이 있는 글을 써야겠다는 다짐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