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태생이 뼈가 얇고 왜소해서 운동을 시작하기 전까지 65kg을 넘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재작년 6월 운동을 처음 시작을 할 때에는 운동 목표도 소박해서 일주일에 헬스장에 두 번 나오는 것이 목표였다. 그렇게 시작한 운동에 목표가 생긴 것은 개인 p.t.를 등록한 이후였다.
"회원님, 운동 왜 하세요? 목표가 있으세요?"
라는 트레이너의 물음에 특별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별 생각 없이
"바디프로필 찍어보려고요."
라고 대답한 것이 헬스장에 2년 동안 1,000만원의 돈을 쏟아붓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우리 신씨 집안으로 말하자면 대대로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입이 짧아 체격이 좋은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다. 언젠가 매형이 부모님께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제가 신씨 집안에 장가와서 정말 놀란 것이요, 밥그릇에 아직 밥이 잔뜩 남아있는데 입맛 없다고 일어나는 것이었어요. 자연스럽게..."
나는 그것이 신기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매형을 통해 처음 알았다. 나는 오히려 밥 한 그릇을 깨끗이 비우고 밥그릇에 물을 따라마시는 매형이 참 신기했다. 아무튼 이런 집안에서 최초로 70kg을 넘기는 사람이 나왔다니 가문의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이다.
75kg은 담당 트레이너 선생님이 정해준 체중이었다.
"회원님 75kg까지 벌크업 하시면 다이어트 시작하는 거예요. 지방 싹 걷어내고 근육만 남기면 복근 생기고 몸에 균형이 잡히거든요. 그때 바디프로필 찍으시면 돼요."
바디프로필이 내 인생에 있어 중요한 목표는 아니었지만 이왕 시작한 것, 끝까지 가보자는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운동하고 먹었다. 일주일 p.t 세 번에 개인 운동 두 번, 하루 네 끼 식사. 네 끼 모두 닭가슴살! 고기를 좋아하지도 않고 채식주의자에 가까운 나는 운동보다 먹는 것이 더 힘들었다. 거기에 '아르기닌'이니 '크레아틴'이니 하는 보조제는 또 뭔대? 이렇게 열심히 노력해도 쉽게 늘지 않는 몸무게가 야속하기만 했다. 그렇게 1년 10개월이 걸렸다.
내가 지금 먹고 있는 다양한 보조제들, 나도 모르게 운동에 진심이 되었다.
"이제 62kg까지는 다이어트 하실 거예요. 운동은 더 세게 하고, 탄수화물은 줄이고, 단백질은 그대로 드세요. 절대 술 안 되고 제가 짜준 식단 외에 다른 음식 드실 때는 물어보고 드세요. 아마 지금까지 하신 것보다 더 힘드실 거예요."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리 사서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인지,
평생 가보고 싶었던 75kg 찍었으니 여기서 만족할까?
무려 50회가 넘게 남아 있는 개인 p.t.권은 당근에 팔아야 하나?
에라, 모르겠다. 이왕 시작한 것 끝을 보려 한다.
내일부터는 직장 급식도 먹지 말고 도시락을 싸서 가라는데 그것까지는 못하겠고...
그런데 1년 10개월 걸려 13kg을 찌웠는데 다시 13kg을 빼라니 참~~허무하기도 하고, 몸짱의 길은 멀고도 험하기만 하다. 다시 원래 상태의 몸무게로 돌아왔을 때에는 볼록한 배 대신 초콜릿 복근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으려나. 끝까지 가보는 거다.
처음 트레이너가 운동의 목표를 물었을 때 얼떨결에 대답했지만 어느새 운동의 종착지가 된 바디프로필,
62kg을 찍는 날에는 브런치에 멋진 바디프로필 사진 한 장 올려져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