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존버러가 가지고 싶은 능력, 공부머리!
"여보, 만약에 태어날 때 부자로 태어나는 것과 머리 좋은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 중에서 선택하라고 하면 여보는 뭐 선택할 거야"
갑작스러운 나의 물음에 잠시 고민을 하던 아내가 대답했다.
"난 부자. 머리 좋은 사람은 채용하면 되잖아."
인정하자. 아내는 나와는 다른 사람이다. 참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이다.
"난 머리 좋은 사람으로 태어나서 쉽게 공부 잘하는 사람이 될거야."
내 주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이 한 가지 있는데 나는 공부머리가 없다. 교대를 졸업하고 임용고시를 두 번이나 합격한 내가 공부머리가 없다고 하면 말이 안 된다고 하거나, 겸손하다고 말할 지 모르지만 애석하게도 사실이다. 나는 머리가 좋지 않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이 사실을 자각하고 있었는데, 나는 주변 친구들에 비하여 뭐든지 배우는 것이 늦었다. 공부 뿐만 아니라 운동을 비롯한 다양한 기술도 이해하는 것이 늦었고 숙달하기까지 친구들에 비하여 항상 늦었다. 마음은 앞서는데 이해가 늦어 행동이 따라주지 않으니 당황하거나 실수하는 것이 빈번했다. 성인이 되고 취업을 했다고 공부에서 자유로운 것도 아니었다. 교사가 된 지 5년만에 받은 '1급정교사 연수'에서는 머리 좋은 서울 초등교사들과의 경쟁에서 좌절을 느끼기도 했고 각종 연수 후의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독서실에서 밤을 새는 일도 있었다.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남들보다 덜 자고 더 공부하는 것 밖에는 없었다. 시간을 투자한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아 공부법을 개선하고자 각종 공부법 관련 서적을 읽고 강연을 듣는 등 시간을 할애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특별히 나아지는 것도 없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런 나에게도 가진 능력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버티기'였다. 나는 이 능력 때문에 지금까지 인생을 참 피곤하게 살아왔다. 공부머리가 없는 내가 공부를 잘해야 하는 직업을 갖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버티고 버텼는지 모른다. 이 버티는 능력은 지금까지 이어져서 나는 어떤 일을 시작하면 잘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10년 전에 배드민턴을 배울 때는 잘할 때까지 동호회와 코치님을 쫓아다니며 배드민턴에 빠져 살았고, 2년 전에 시작한 헬스는 지금까지 빠짐없이 일주일에 여섯 번 이상을 헬스장으로 출퇴근하고 있다. 공부를 잘하고 싶어서 중학생 때부터 다닌 독서실은 40대 중반이 된 지금도 습관처럼 다니고 있다.(지금도 독서실이다.) 공부든 운동이든 잘하고 싶어하는 마음은 나를 프로 존버러로 만들었다.
오랜 시간 공부를 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 생활하다 보니 공부를 잘하는 것은 타고난 하나의 재능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어렸을 때부터 밤낮없이 배드민턴 훈련을 한다고 모두 이용대가 될 수 없고 하루종일 그림만 그리며 산다고 모두 피카소가 될 수 없듯이, 아무리 밤을 새고 공부만 한다고 모두 서울대에 진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재능이 없는 분야에 노력을 한다는 것은 단지 아주 못하는 것을 보통이나 간혹 보통이상으로 수준을 상승시켜 줄 뿐이다. 그것조차 아주 힘든 일이며 또한 프로가 될 수도 없다.
사람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부러워하고 동경한다.
IQ가 높지 않고 공부에 재능이 없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공부를 잘하고 싶다. 노력해도 마음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힘들었지만 상관없다. 그러한 마음이 지금까지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고 공부를 하는 습관을 만들어 주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위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