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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Oct 06. 2023

역시, 사람을 너무 믿어서는 안 된다!!

프로의식이 없는 직업인에 관하여

  바디프로필을 목표로 시작한 운동, 헬스트레이너가 사라졌다.


  처음 헬스를 시작할 때 나의 목표는 단순했다. 나이 40이 넘어서며 점점 나오는 배에 대한 경각심, 배만 나오지 말자! 이 단 한 가지였다. 무작정 운동을 시작했기에 다양한 헬스기구를 어떻게 쓰는 지도 잘 알지 못했다. 운동 방법이나 배우자는 생각으로 헬스장에서 눈여겨 보았던 경력이 많아 보이는 트레이너를 점찍고 개인 p.t.를 시작했다. 이 트레이너는 내게 처음 50회의 p.t.를 권했다. 체중이 63kg밖에 나가지 않는 왜소한 몸이기에 어렵기는 하지만 해보자고 했다. 운동 방법을 배우고 체중을 불리며 열심히 했지만 50회로는 부족함을 느꼈다. 트레이너는 내게 다시 70회를 권했다. 70회면 충분하다고 했다. 식단을 짜주고 운동 루틴 싸이클을 짜주겠다고 말만 하고 지키지 않아도, 가끔 나와의 약속 시간을 착각하고 약속이 깨져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럴 수도 있지요. 우리 사이에"

라는 말로 상대방이 민망해 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트레이너가 하라는 대로 운동을 하고 일주일에 5일 이상 헬스장을 출근하다시피 했다. 예전에 비하여 몸에 근육이 붙고 운동하는 방법도 알게 되었지만 프로필을 찍기에는 부족함이 느껴졌다. 50회와 70회 120회의 p.t.를 마치자 트레이너가 말했다.

  "이번 한번만 더 하시면 될 것 같아요. 8월에는 찍으실 수 있으실 것 같아요. 대신 일주일에 세 번 이상 p.t. 받으시면 될 것 같아요."

  50회만 하고 싶었지만 70회는 해야 된다는 말에 p.t. 70회를 다시 결제했다. 식단은 더 칼 같이 했고, 운동도 빠짐없이 했다. 그런데 트레이너가 사라졌다. 아무런 약속도 지키지 못한 채.


  지난 6월 트레이너는 7~8월 경 자신의 gym을 오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gym을 옮겨도 p.t.날에는 자신이 올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7월이 되자 한 달간 오픈 준비 때문에 올 수 없으니 혼자 운동하고 8월 중순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말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고 그 기간 동안 문자 한 통, 전화 한 통이 없었다. 나는 매일 2시간씩 빠지지 않고 혼자 운동을 했다. 8월 중순이 지나도 연락이 없어 답답한 마음에 전화를 하자 그제야 다시 시작하자는 말을 했다. 대신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자신이 올 수 없으니 자신의 gym으로 와달라고 했다. 새로 오픈한 곳이니 기구도 좋고 운동하기에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가 막히는 퇴근길을 뚫고 한참을 달려 트레이너에게 갔다. 막상 만나니 반갑고 오랜만에 지도를 받으니 운동할 맛이 났다.

  '그래, 일주일에 두 번이면 다닐만 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약속을 잡으려 하자 트레이너가 하는 말,

  "p.t.회원권은 구입하셔야 할 것 같아요. 회원권도 없으신데 이곳에서 언제까지 봐드릴 수는 없잖아요. 지금 가지고 계신 회원권은 당근에 파시면 될 것 같아요."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는 것을 느꼈다. 

  

아, 이 사람이 나를 호구로 보았구나. 


  집으로 돌아와 불쾌한 마음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다음날 나는 지금 다니는 gym의 지점장에게 이 사태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고, 남은 p.t.권은 아내에게 모두 양도했다. 성질 같아서는 그 트레이너와 새로 오픈한 gym의 홈피에 항의성 글을 남기고 싶었지만 참았다. 지점장에게 문제를 제시한 날 트레이너에게 전화 연락이 왔다. FACT!! 사실에 대한 이야기만 했고 최대한 감정을 추스리고 차분하게 말했다.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하는 사람에게 더 이상 할 말도 사과를 받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렇게 나의 p.t.는 끝이 났다. 그렇다고 운동을 게을리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여전히 일주일 중 6일 이상을 헬스장으로 출퇴근하고 있다. 아직 나의 바디프로필 도전은 계속 되고 있다.


  그때 알아 봤어야 했다. 

  약속 시간을 잊고 p.t.를 펑크냈을 때, 

  자신의 gym을 연다고 한 달간 혼자 운동을 하라고 했을 때,

  한 달 동안 전화, 문자 한 통 없을 때

  자신이 오지 못하니 나에게 오라고 했을 때

  그때 기회가 있었다.

  냉정히 판단을 하고 과감하게 계약을 해지해야 했다.

  그랬다면 지금처럼 2년의 시간을 허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동안 허무한 마음에 운동을 하면서도 힘이 나지 않았다. 

  모든 책임을 트레이너에게 돌리고 싶지는 않다. 

  분명 나도 부족한 점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1,000만원의 돈을 받아놓고는

  트레이너가 운동을 독려하는 것이 아닌

  거꾸로 회원이 트레이닝 받기만을 기다리고

  아무런 결과물도 내놓지 못하고 사라진 

  프로의식 없는 직업인이 원망스럽고

  그런 사람을 마냥 믿기만 한 내가 부끄러울 뿐이다. 


  그리고...

  알면서도 자주 잊어버리는 사실,

  역시, 사람을 너무 믿어서는 안 된다!!

참... 외롭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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