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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Sep 24. 2023

왜 굳이? 집 놔두고?

제주도 차박, 어영공원에서의 하룻밤

  코로나19를 전후로 차박 바람이 불었는데 차박열풍은 여전하다. 요즘 나오는 신차는 대놓고 차박하기에 좋은 차라며 광고를 하기도 한다. 차박은 캠핑장을 가지 않아도 뷰가 좋은 곳 어디든 차를 세워놓고 하룻밤 힐링하다가 오면 되기에 편리하다. 특히 공중화장실이 잘 되어 있고 어디에 차를 세워도 뷰가 멋진 제주도는 차박을 하기에 최적의 지역이다.

  금요일 퇴근후 우리 가족은 어영공원으로 차박을 떠났다. 어영공원은 공항에서 가깝고 예쁜 바다를 감상할 수 있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인데, 뷰가 멋진 곳에 놀이터가 갖추어져 있고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제주도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저녁에 잠시 쉬다 오기에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가족이 이곳을 차박지로 정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놀고 어른들은 바다를 보며 맥주 한잔을 할 수 있으니 상상만으로도 얼마나 좋은가? 그렇게 올해 우리 가족의 두 번째 차박여행이 시작되었다.


  어영공원은 새별오름과는 다른 차박지이다. 새별오름이 한적하고 조용해서 풀벌레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어영공원은 밤늦도록 활기가 넘친다. 해안길을 따라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많고 돗자리를 들고와 둑에 앉아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 사람들도 많다. 어영공원을 찾는 자동차는 밤 늦도록 쉼없이 들락거린다. 우리 가족은 예상 외로 많은 사람에 루프탑 텐트를 펴지 못하고 놀이터에서 놀고, 둑에 앉아 맥주 한잔을 하며 기다렸다. (차박도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면 안 된다.) 

놀이터에서 신나게 노는 아이들과 둑에 앉아 한잔 하는 제주도민

밤 11시가 지나 한적해지자 우리 가족은 루프탑 텐트를 펴고 잠자리 셋팅을 마쳤다. 아이들과 아내는 지붕 위에서, 나는 차 안에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차박의 묘미는 밤늦은 시간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다. 많은 장비가 필요하지 않고 간단한 짐만 챙겨 언제든 떠날 수 있기도 하다. 

  어영공원은 차박지로서 장단점이 명확한 곳이었다. 카페와 음식점, 편의점이 바로 앞에 있어 출출하면 언제든 이용할 수 있고, 깔끔하게 관리된 화장실에서는 온수까지 나온다. 씻고 자기에 불편함이 없다. 하지만 해안도로에 위치해 밤늦게까지 수시로 자동차가 다니며 공항이 가까워 비행기 소리가 시끄러울 수 있다. 밤 10시가 넘어서야 비행기 소리가 들리지 않고 고요해진다. 어영공원은 굳이 차박을 하지 않아도 어린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부담없이 와서 1~2시간 즐기다 가기에 손색이 없다.


  나는 원래 잠자리에 예민한 사람이다. 하지만 제주도에 내려와 잦은 캠핑과 차박에 익숙해져서인지 이제는 어디서든 잘 잔다. 참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제주살이는 나의 라이프 스타일까지 바꾸어 놓았다. 나야 뭐 대전에서 태어나 전원생활도 해보고 거칠게 자랐지만, 서울에서 태어나 곱게 자란 아내조차 이제는 캠핑을 제법 즐길 줄 알게 되었으니 그동안 제주에서의 생활이 헛되지는 않았나 보다. 이제는 나보다 캠핑 가자는 말을 더 자주 해서 부담될 때도 있으니 엄청난 변화이다.

  캠핑을 좋아하지 않는 내 주변의 지인들은 내게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왜 굳이? 집 놔두고?"  

  "제주도에 집이 있는데 왜 밖에서 자?"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한번 해보고 말해."

  내가 사는 집에서도 제주 바다가 훤히 보이고 심지어 잔디 깔린 마당이 있는 전원주택에 살고 있지만, 내가 항상 하는 말

제주도는 집에서 나와야 제주도이다.

  집안에 있으면 도시의 아파트에 사는 것과 차이가 없다. 눈으로 바다를 보고, 귀로 파도 소리도 듣고, 피부로 바닷바람을 느끼고, 코로 바다냄새도 맡아 봐야 이곳이 제주도인지 느낀다. 제주도에 직장이 있고 평일에는 일상이 바빠 서울에 살던 때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지만 주말이나 휴일만큼은 집밖으로 나와 제주도의 산과 바다, 숲, 들판을 다니며 자연을 느끼고자 한다. 


  날씨가 선선해졌다. 

  진정한 캠핑시즌이다.

  곧 황금휴일이 시작된다.

  참 설레는 요즘이다.  

동이 트는 아침 편의점에서 사와 바다 앞에서 마시는 커피, 이때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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