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들이기 힘들지만 받아들여야 하는....딸바보의 비애
딸이 수학 여행을 갔다.
이제 어느덧 초등학교 6학년, 딸이 1박 2일로 수학여행을 떠난다고 하니 내심
'밤에 엄마 아빠 보고 싶다고 잠도 못자면 어쩌지?'
라는 허튼 생각을 했다. 수학여행 첫날 밤 9시 40분~10시 20분에 부모님과의 통화시간이 있어 운동을 하면서도 수시로 시간을 체크했다. 하지만 딸에게서는 끝내 전화가 걸려오지 않았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오자마자 아내에게 전화가 안 왔냐고 묻자
"왔지. 아주 그냥 재밌어 죽겠대. 여보한테 안했어?"
아, 이제는 딸을 떠나보내줘야겠다.
하긴 조짐은 있었지. 초등학교 4학년까지만 해도 밤에 잘 때 아빠만 찾고
"아빠 팔은 날 잠이 오게 하는 마법이 있어."
라며 가슴 찌릿한 멘트를 날려주던 딸이었는데 이제는 그 마법이 다 했나 보다. 요즘은 내 팔이 없어도 어쩌면 그렇게 쿨쿨 잘 자는지.....
이 세상 아빠들은 모두 딸바보이고 자식은 때가 되면 떠나 보내주어야 하는 것을 알지만 점점 변해가는 딸아이의 모습을 보면 괜히 섭섭하다. 악기를 전공하는 까닭에 중학교를 서울에 있는 예중으로 가겠다고 해서
'다시 서울로 올라가야 하나?'
머릿속이 복잡했는데, 얼마전 웬일로 재워달라고 하더니 옆에 누워 하는 말!
"나 기숙사 가도 좋을 것 같아."
너무 어렸을 때부터 부모의 품을 떠나는 것이 걱정되고 애틋해서 휴직까지 생각했었는데 우리는 동상이몽이었구나.
수학여행을 간다고 두 달 전부터 매주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몇 시간씩 춤연습을 하고, 무대의상을 맞추고, 무대 소품을 사러다니고 끝내는 파자마까지 친구들과 맞춘다고 유난을 떨어
"아빠도 6학년 수학여행 여러 번 같이 가보았지만 이 정도 준비하는 애들은 처음 본다."
라고 한 마디 했더니
'어휴~ 꼰대!'
라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자식이 어느 정도 크면 쿨하게 떠나보내줘야 하는 것도 부모로서의 현명함이겠지만 아직 나는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 아마도 지금 딸아이는 친구들과 잠도 자지 않고 신나서 떠들고 있겠지만(딸아이는 수학여행 갈 때 절대로 잠을 자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다.) 나는 딸아이가 없는 허전함에 잠이 올까 싶다. 그건 그렇고 내일 딸아이가 집에 오면 꼭 이것 한 가지만은 물어봐야겠다.
"너! 어제 왜 아빠한테 전화 안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