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J teacher Apr 29. 2021

제주도 집을 구할 때 꼭 알아야 할 열 가지

제주도 집 구하기 10계명

  제주도는 섬이다.

  이 한 문장에 제주도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제주도는 육지와는 다른 곳이다.  

  제주시 중심가는 서울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제주시를 조금만 벗어나도 시골이 펼쳐진다. 제주도 이주를 결정했다면 그때부터는 절대 낭만에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 이주를 한다는 것은 더 이상 관광객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멋진 풍경, 한적한 마을, 커다란 마당이 있는 잔디 깔린 전원주택……. 상상만해도 좋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처음 서울에서 이주한 곳은 제주시내와 서귀포시내에서 50km 이상 떨어진 동쪽의 시골 마을이었다. 우도와 성산일출봉의 풍경이 2층 창문에 액자처럼 한눈에 들어오고, 마당은 200평이 넘고 야자수가 빽빽하게 들어선 멋진 전원주택이었다. 우리 가족은 이곳 풍경에 홀린듯 전세 2년을 계약하고 말았다.

아무렇게나 찍은 성산일출봉, 전에 살던 집에서는 성산일출봉이 창문에 액자처럼 들어왔다.

  풍경, 풍경은 한 달을 가지 못한다. 하지만 불편함은 사는 내내 지속된다. 어차피 제주도는 조금만 나와도 몇 분 안에 어디든 바다가 펼쳐지니 뷰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 가족의 경우, 아직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니고 초등학교 저학년이어서 도시의 병원이나 유치원 등 인프라가 많이 필요했는데 집을 잘못 잡는 바람에 큰 고생을 했다. 소아과 한 번을 가려고 왕복 80km 운전을 해야했고, 마트 한 번 가려고 한 시간을 나와야 했다. 유치원은 조그만 시골학교의 병설유치원만 있었고 학원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살던 집에는 기름보일러 겸용 화목보일러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기름 한 드럼을 넣으면 2주도 버티기 힘들 정도로 연비가 좋지 않았다. 기름보일러를 아무리 작동해도 따뜻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춥기만한데 한 달 난방비만 70만원이 넘게 나왔다. 에어컨도 설치가 되어있지 않아 서울에서 이고지고 내려온 에어컨을 그 더운 날, 세입자인 내가 설치해야 했다. 200평이 넘는 잔디가 깔린 마당은 보기에는 예뻐보일 수 있지만, 잠시만 소홀해도 폐가처럼 잡초가 솟아났다. 몸이 부지런하지 않으면 전원주택의 삶은 비루하기 그지없다. 우리 가족은 생각하기도 싫은 그 곳에 살며 2년 동안 정말 힘들었다.      

전에 살던 집에 있던 기름화목겸용 보일러, 정말 말도 안되는 보일러이다.

  지금 사는 곳은 제주시내가 5km 안에 있는 애월의 한 타운하우스이다. 커다란 병원과 마트가 10분 이내이고, 교육여건도 좋아 제주시의 모든 인프라를 누릴 수 있다. 방마다 시스템 에어컨이 설치되어 여름에는 시원하고, 가스보일러가 설치되어 겨울에 가스비는 좀 나오지만 따뜻하게 지낼 수 있어 전혀 아깝지 않다. 거기에 잔디가 깔린 전원주택에 사니 우리와 같은 도시 사람들이 제주도에서 전원생활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마당에 깔린 잔디도 200평 전원주택 마당에 비하면 애교스럽다. 모든 면에서 시골에 살 때보다 행복지수가 몇 배 높아졌다.  

지금 사는 타운하우스, 전원생활과 도시의 편리함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곳이다.

  타운하우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농사를 짓지 않고 도시에서 제주로 이주한 사람들이 살기에는 타운하우스만한 곳이 없다. 타운하우스는 펼쳐놓은 아파트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파트의 편리함과 전원주택의 낭만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몇 명이나 이 글을 볼 지 모르지만,

  제주도로 이주를 꿈꾸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와 같은 우여곡절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다. 제주도에 집을 잡을 때는 자신과 가족의 라이프 스타일을 꼭 고려해야 한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라지 않았다면 우리는 절대로 제주토박이가 될 수 없다. 그들과 이주민은 분명 다르다.

  

  ‘제주도로 이주했으면 제주도 시골에서 현지인처럼 살아야지. 청년회도 가입하고 마을일도 함께 하고 정말 제주스럽게 살거야.’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세상 모든 일이 내 마음같지 않다. 내가 원해도 그들이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제주도 현지인처럼 귤농사나 무농사, 당근농사를 지으며 살 생각이 아니라면 너무 시골로 들어가서는 안된다. 제주도민들도 농사를 짓거나 그곳 관광업에 종사하지 않으면 모두 제주시내 아파트에 산다. 제주 인구의 80%가 제주시와 서귀포시 도심에 몰려있다.


  제주도 집을 구할 때 꼭 아야 할 열 가지- 제주도 집 구하기 10계명은 다음과 같다.

  하나, 제주시와 서귀포시 도심에서 5km이내의 집을 구할 것. 사람들이 도시에 모여 사는 이유는 다 있다.

  둘, 시스템에어컨이 설치되어 있는지 살필 것. 제주도 여름은 육지보다 더 덥다. 에어컨없이는 견디지 못한다.

  셋, 반드시 보일러를 살펴볼 것. 화목보일러나 기름보일러라면 반드시 패스해야 한다. 난방비도 난방비이지만 따뜻하지 않다.

  넷, 정원이 너무 넓으면 안된다. 특히 연세나 전세라면 더더욱 안된다. 내가 남의 집 정원사로 취직한 것이 아니지 않은가?

  다섯, 제주도 돌집이나 촌집은 피하라. 돌집에서 카페를 할 것이 아니라면 불편한 곳을 찾아서 살 이유는 없다. 지네가 정말 많이 나온다.

  여섯, 바닷가쪽 집은 피하라. 차라리 도심이나 산간쪽으로 들어와라. 제주도 바닷바람을 아는가? 상상하기 힘들다. 모든 물건이 일 년 아니, 몇 달 안에 녹슬어 버린다. 남아나는 것이 없다.

  일곱, 제주도 시골마을 한 가운데로 들어가지 말 것. 비슷한 사연으로 이주한 이주민끼리 모여사는 것이 더 편하다. 서로 위로와 의지가 된다.

  여덟, 타운하우스나 빌라, 아파트가 아닌 개인이 지은 집은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제주도에는 아무렇게나 집을 지어놓고 도망가는 집장사가 많다.

  아홉, 집이 좋아보인다고 무턱대고 사지마라. 한 번 사면 팔기도 어려운 것이 집이다. 일단 살아보고 마음에 들면 구입해도 늦지 않다.

  열, 나 홀로 있는 외딴집은 피하라. 무섭고 외롭다. 어느 정도 의지할 이웃이 있는 곳에 집을 구하라.


  나는 이러한 모든 것을 고려해 지금의 집을 구했다. 이 열 가지를 알기까지 2년이 걸렸다. 지금 사는 집은 120% 만족한다. 위의 기준에 비추어 나에게는 타운하우스가 답이다.


  제주도 이주를 꿈꾸거나 제주도 이주계획이 있으신 분들이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말 집을 잘 구해야 한다.

  집만 잘 구해도 제주도에 사는 행복이 배가 된다.

  제주도에 실망해서 다시 육지로 올라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제주도로 이주를 하시는 분들이

  나와 같이, 아니 나보다 더 행복하게 제주라이프를 즐기시기를 바라는 것,

  이것이 내가 제주도를 사랑하는 방식이다.

  

  모두 제주를 더 사랑하게 되기를 바란다.

내 방 창문에서 찍은 애월의 하늘과 바다, 집이 만족스러우니 제주살이의 행복이 배가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주도에 살면 불편한 것 다섯 가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