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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May 16. 2021

제주도에 살면 불편한 것 다섯 가지

 4년차 제주도민의 현실 조언기

  사람들이 제주살이를 꿈꿀 때 환상과 낭만에 빠질 위험이 있다. 예쁜 바다와 하늘, 오름과 들판, 뛰노는 말들...... 분명 이런 낭만이 존재하지만 이런 것을 누리기 위해서는 지불해야하는 기회비용이 있다. 제주도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아름다운 관광지이지만 현지인으로서 살기에는 몇 가지 불편한 점이 있다. 제주도 이주를 꿈꾼다면 맹목적인 환상에만 사로잡혀서는 안된다. 제주도민 4년차, 살면서 느끼는 '제주도에 살면 불편한 것 다섯 가지'에 대하여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려 한다. 제주도 이주를 꿈꾸는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제주에 살면서 불편한 것들....

  첫째, 택배이다. 처음 제주도에 왔을 때 택배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나는 제주살이의 가장 불편한 점으로 택배를 꼽는다. 제주도에서는 거의 모든 물건들이 추가배송비를 받는다. 제주도에 살며 택배를 시킬 때 무료배송이라 써있어도 이제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 막상 결재를 할 때 추가배송비가 붙어 결재가 되거나, 나중에 업체에서 추가배송비를 입금하라는 전화가 걸려온다. 또한 배송이 안되는 물건도 많다. 예쁜 가구 등 부피가 큰 것들은 배송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작은 가구 하나가 10만원인데 배송비가 10만원인 경우도 많아 눈물을 머금고 포기해야 한다. 제주도에서 새벽배송이나 마켓컬리, 로켓 프레쉬 등은 꿈도 꿀 수 없다. 쇼핑앱에 새벽배송이 되는 신선식품이 뜨더라도 쳐다보지 말 것! 마음만 아프다.

  둘째, 난방이다. 제주도는 제주시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다. 대부분의 제주도민들은 등유와 LPG가스로 난방을 한다. 한겨울에 기름보일러로로 난방을 돌리면 한 달 난방비가 70만원 훌쩍 넘어간다. LPG라고 다를 것 없다. LPG는 LNG가 아니기에 가스비가 매우 비싸다. 지난 겨울 48만원이 찍힌 난방비를 보고 아내와 소스라치게 놀랐다. 서울 아파트에서는 한겨울에 땀을 흘릴 정도로 난방을 하고 온수를 펑펑 써도 관리비포함 20만원대였다. 이런 때는 제주살이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 겨울만 되면 아무런 걱정도 없이 따뜻하게 지내던 아파트가 생각이 난다.


https://brunch.co.kr/@5c88599d157244a/32

(제주도 전원주택 난방으로 고생했던 사연은 위 글에 쓰여있다.)


  셋째, 차량유지비이다. 일단 기름값이 육지보다 150원~200원 비싸다. 제주도에서는 최저가 주유소를 찾을 필요가 없다. 모두 비싸고 거기서 거기다. 서울보다 길이 막히지 않으니 운전스트레스 없는 환경에 대한 지불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아직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타이어와 배터리 가격이다. 마침 어제 출근을 하다가 보도블럭턱 모서리에 타이어가 스치며 펑크가 났다. 한 쪽이 터졌기에 두 쪽을 갈아야 된다고는 생각했는데 결국 타이어 네 개를 모두 교체했다.

아침 출근길에 펑~! 정말 가슴이 덜컹했다.

제주도에서는 타이어 가격이 매우 비싸다. 육지에 비하면 한 쪽당 5만원 이상의 차이가 난다. 인터넷상으로 같은 모델의 타이어를 검색했을 때 육지에서는 최저가 9만원이었는데 제주도에서는 14만원을 지불해야 했다. 네 개를 갈았으니 56만원이 들었다. 인터넷 최저가 업체에 찾아가서 갈았으면 36만원이면 해결될 문제였다. 배터리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서울에 살 때 배터리를 집으로 배송받아 직접 갈았는데 6만원이면 충분했다. 그러나 제주도에서는 배송비와 반송비(헌 배터리는 다시 보내야 한다.)때문에 절대 인터넷으로 구입할 수 없다. 결국 울며겨자먹기로 10만원이 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 밖에도 차량 부품을 육지에서 배송받아야 하기에 오래 걸리고, 대부분 정비비용도 비싸다. 제주도에서 자동차를 정비할 일이 생기면 스트레스가 느껴진다.

  넷째, 험한 날씨이다. 제주도는 태풍이 지나는 길목에 있다. 어떠한 태풍도 제주도를 지나간다. 제주도를 거친 태풍은 대부분 새력이 약해진 상태로 육지를 통과한다. 제주도 이주 첫해 태풍 솔릭을 정면으로 맞고는 충격을 받았다. 무서워서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다. 정원의 커다란 나무가 쓰러져 차량을 덮칠 것만 같았다. 우스운 것은 그 다음해에 태풍 링링, 타파 등 더 센 것들이 연달아 왔다는 것이다. 올해도 태풍은 여지없이 제주도를 지나갈 것이다. 제주도 사람들은 여름 날씨 중 더위보다 습기가 더 힘들다고 말한다. 제주도의 습기는 정말 상상초월이다. 제습기를 돌리면 반나절도 안되어 물통이 가득 찬다. 제습기가 없으면 모든 옷에 곰팡이가 피고 눅눅해서 살 수가 없다. 지금 우리집도 1층과 2층에 제습기를 한 대씩, 총 두 대 돌리고 있다. 지금은 제습기라도 있지, 이런 것이 없던 시절에 제주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았을지 상상이 된다. 괜히 유배지가 아니다. 추사 김정희 선생님도 제주도에 유배와서 습한 날씨 때문에 피부병으로 고생하셨다고 한다.     

우리집 습도를 책임지는 제습기

  다섯째, 육지이동이다. 제주도가 고향이고 육지에 올라갈 일이 없는 사람이라면 괜찮다. 하지만 나처럼 제주도가 고향이 아닌 사람들은 수시로 육지에 가야 한다. 서울에 살 때는 대전, 강원도, 부산을 가더라도 내 차로 운전을 하거나 ktx, 고속버스 등 편리한 교통수단이 많았다. 하지만 제주도에 살면 육지의 어느 곳을 가더라도 비행기를 타야 한다. 배도 있지만 오래 걸리고, 우리 나라에서 제주도로 배가 다니는 곳은 극히 제한적이다. 설날, 추석과 같은 큰 명절이면 우리 가족은 강행군이다. 제주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서울역에서 대전역으로, 대전에서 청주공항으로, 다시 제주 공항으로...... 정말 명절이면 전국을 훑고 다닌다. 또한 육지에서는 항상 택시를 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자가용을 육지로 가지고 올 수 없기 때문이다. 육지에 자주 갈 수 없기에 부모님 생신이나 가족행사 때에는 항상 죄인 같은 기분이 든다. 제주도에 내려와서 우리 가족은 양가에 무심한 사람이 되었다. 이 모든 것이 섬에 살기에 감당해야할 일이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지금은 많이 적응했다. 유일하게 제주도 추가배송비를 받지 않는 '쿠팡로켓배송'에서만 물건을 사고, 배송이 안되는 물건은 당근마켓을 열심히 검색한다. 구할 수 없는 물건은 과감하게 포기한다. 겨울난방은 캠핑도구를 적극 활용한다. 팬히터나 등유난로는 겨울에 없어서는 안되는 아이템이다.

우리집 난방을 책임지는 신일팬히터, 요놈 정말 물건이다. 연비 좋고 따뜻하다. 기름냄새도 나지 않는다.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하다. 제주도 필수아이템!

차량 기름값이나 타이어, 배터리 등 부품 교체 등은 욕심을 버렸다. 육지와 가격비교를 하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태풍이나 습기, 비바람은 제주도의 특별한 날씨라고 생각하며 삶의 패턴을 맞추기로 했다. 이제는 바람이 세면 자다가도 일어나 물건이 날아가지 않도록 마당의 물건들을 정리한다. 태풍은 너무 많이 맞아봐서 별로 긴장되지 않는다. 제습기 물도 투덜대지 않고 자주 버린다. 명절에 육지횡단은 오랜만에 하는 전국여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짧은 시간에 전국을 횡단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그리고 육지에 갈 때마다 느낀다.

  '제주도가 정말 예쁘긴 하구나~!'

  전국 어디를 돌아봐도 제주도보다 예쁜 곳은 없다. 부모님 생신이나 가족행사에 참석 못할 때가 많지만 우리에게도 방법은 있다. 생일용돈이나 선물을 두둑하게 챙겨드린다. 양가 부모님 생일용돈을 세 배 정도 올려드렸더니 아무 말씀이 없다. 솔직히 더 좋아하시지 않나 살짝 의심도 된다.


  제주도에 사는 것은 육지와 도시의 편리함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도시의 쾌적함, 편리함을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 여유로운 삶과 바꾸는 것이다. 어느 것이 더 옳으냐는 사람마다 다르다.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제주도에 살며 물질적은 것에 대한 욕심이 많이 사라졌다. 서울에서 백화점만 찾던 내가 여기에서는 이마트 옷이 예뻐 보인다. 다이소만 가도 만족스럽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차를 타도 부럽지 않다. 내가 떳떳하고 만족하니 남이 부럽지 않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삶, 이것이 진정한 위너의 삶이 아닐까?   

  제주도에 살며 불편한 점은 눈높이를 낮추고, 환경에 맞추어 살면 된다. 작은 것에 기쁨을 느끼면 큰 행복이 찾아온다. 제주도는 나에게 '버리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앞으로도 마음 속 사소한 짐들을 버리며 살고 싶다. 짊어지고 다니는 걱정없이 제주도에서 가볍게 인생을 살고 싶다. 오늘도 제주의 바람을 느낀다.

Cafe 서연의 집- 마음이 복잡할 때 가는 영화 '건축학개론'촬영지, 이곳만 가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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