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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Jun 02. 2021

제주도 이사 궁금해?

-서울에서 제주까지, 제주도 이사의 모든 것!

  제주도 이사는 쉬운 일이 아니다.

  육지에서 섬으로 오는 일이기에 많은 노력과 비용, 시간이 걸린다.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막상 겪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일이었다. 제주도 이주를 꿈꾸는 분들을 위해 언젠가 한 번은 글로 정리하고자 했던 '제주도 이사' 이야기를 꺼내보려 한다.




  1. 비용

  제주도 이사는 비용이 얼마나 들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일단 비용을 따질 때 기준이 되는 것이 이삿짐 트럭의 ton수이다. 이삿짐이 5t이냐, 7t이냐, 그 이상이냐에 따라 비용이 달라진다. 또한 유명 익스프레스 회사이냐, 아니면 작은 지역업체이냐에 따라 가격이 조금씩 다르다.

  제주도로 이사를 할 때 되도록 짐을 줄일 것을 권장한다. 중고나라나 당근마켓 등을 통해 팔 것은 팔고 오는 것이 좋다. 현금화할 수 있고 그만큼 짐이 줄어 이사비용도 절약된다. 나중에 제주도로 와서 불필요한 물건을 중고로 팔려면 섬의 특성상 제약이 많다. 우리집은 시간이 촉박해서 물건을 줄이지 못했다. 자그만치 7.5t이 측정되어 이삿짐 가격이 매겨졌다. 다섯 군데 정도의 이삿짐 회사에 견적을 의뢰하여 비교하였다. 부담스러운 가격에 자연스럽게 가성비 좋은 업체를 선정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가성비만 따지는 것은 옳은 결정이 아니다. 좀 비싸더라도 완벽하게 뒷정리까지 해주는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낫다. 우리 가족은 몇 십만원 아끼려다가 업체에서 짐을 제대로 정리해놓지 않고 가는 바람에 2주 동안 짐정리만 했다. 우리가 받은 가격은 7.5t기준 570만원이었다. 보통 600만원 중반대부터 700만원대까지 견적이 다양하게 나왔다.(3년 전 가격이니 지금은 더 비쌀 수도 있다.) 인지도높은 회사일수록 가격이 높았다. 우리가 선택한 회사는 본사는 제주도에 있고, 서울 사무소가 있는 제주도 회사였는데 제주도에 본사가 있는 경우 대형회사보다 견적이 저렴하게 나온다. 그 이유는 제주도에 본사가 있을 경우 서울에서 이삿짐을 포장하는 인력과 제주도에서 일하는 인력이 분리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우리집의 경우도 서울에서 짐을 싸던 사람들과 제주도에서 짐을 옮기던 사람들이 달랐다. 서울의 대형 익스프레스 회사처럼 서울의 인력이 그대로 제주도에 내려와 일을 마무리 할 경우 교통비와 체류비, 식비 등이 더 들기 때문에 이사비용에 포함되는 것은 쉽게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이다. 반면에 포장부터 짐정리까지 같은 인력이 일을 마무리한다면 더 효율적일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서울 아파트 앞에 서 있는 이삿짐 트럭- 이삿짐 분량이 7.5ton 나왔다.

  2. 육지에서 섬으로 이동과정 및 소요시간

  제주도는 기본적으로 이사기간이 이틀 소요된다. 날씨가 좋지 않아 배가 뜨지 못하는 경우, 시간이 더 걸리기도 한다. 아침에 이삿짐 트럭이 도착해 일반 이사와 똑같이 포장이사를 진행한다. 오후 2시 경이면 이삿짐을 실은 트럭이 목포항으로 출발한다. 그 사이 잔금을 치르는 등 부동산 업무를 보고 미진한 부분을 정리한다.

  (전)집의 정리가 끝나면 사람이 가야할 차례이다. 자동차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비행기를 타고 가느냐, 배를 타고 가느냐가 결정된다. 미리 차량을 탁송했거나 처분했다면 간편하게 비행기로 이동하면 된다. 그것이 아니라면 운전을 해서 목포항으로 가야 한다. 우리 가족은 남도 여행도 할 겸 자동차를 가지고 가는 방향으로 선택을 했다. 차량 한 대는 집을 구하러 갔을 때 미리 제주도에 두고 왔고, 차 한대로 이동했다.

  목포발 제주행은 대부분 아침 9시와 밤12시에 출발한다. 서울에서 부지런히 달려 6시간 걸려 목포에 도착한 후 저녁을 먹는다.(목포 낙지탕탕이 추천!) 목포 야경을 구경하는 등 시간을 보낸 후 밤 11시경 차량을 배에 선적하고 예매해 둔 객실로 승선하면 된다. 약 6시간 정도 걸리는 여정이기에 편하게 잘 수 있는 패밀리룸을 예약해 두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배여행을 좋아한다. 침대가 있는 패밀리룸에서 가족들과 있으면 또 다른 추억이 생기는 것 같다.

목포-제주 배편 패밀리룸(침대)- 정말 편안하다.

  새벽 6시가 넘으면 제주도 항구에 도착하게 되는데 배가 정박하고 차량이 배에서 나오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7시가 넘어서야 제주도 땅에 우리 차량이 바퀴를 디딜 수 있다. 이제 제주도에 온 것이다.

우리가 타고왔던 목포-제주행 시스타크루즈


  3. 제주도 집으로의 이사 및 짐정리

  제주도에서 아침을 먹고 제주도집에 먼저 도착해 청소를 한다. 가구 위치나 구조에 대하여 구상을 하고 있으면 아침 10시경 이삿짐 트럭이 들어온다. 이때부터 정신이 없다.

  아파트라면 괜찮겠지만 우리처럼 주택으로 이사를 하는 경우는 하나부터 열까지 주인이 붙어 있어야 한다. 1층에 있어야 할 물건, 2층에 있어야 할 물건을 즉각 말해 주어야 하고 가구 위치도 잡아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이사 시간이 지체된다. 나름 고민을 해왔다고 생각했지만 종종 일어나는 예상치 못한 일들에 당황했다. 아파트 이사보다 시간은 두 배 이상 걸렸고, 저녁 늦게까지 이사는 계속되었다. 결국 시간이 너무 늦어 대충 짐만 내리고 이삿짐 업체가 돌아갔다.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는 짐을 보며 한숨지었던 일이 생생하다. 옷정리부터 자잘한 짐정리까지 꼬박 이 주가 걸렸다. 휴일 평일 가릴 것 없이 밤늦게까지 정리하고 또 정리했다.

우리가 처음 이주했던 성산의 시골집

  에피소드 하나!

  제주도 이삿짐이 들어오던 날, 정신없던 때에 우리집 강아지 '제주'도 들어왔다. 아내 몰래 제주도에 있는 진돗개를 분양하기로 약속을 했는데 강아지 주인이 하필 이삿짐 들어오는 가장 바쁜 날 강아지를 안고 온 것이다. 결국 강아지 '제주'는 우리 가족이 제주살이를 시작하는 날 함께 살게 되었다.

https://brunch.co.kr/@5c88599d157244a/12

(강아지 제주 이야기는 위 글에 있다.)



4. 제주도의 독특한 이사문화- 신구간

  제주도에는 '신구간'이라는 특이한 문화가 있다. 신구간이란 제주도 세시풍속으로 집안의 신들이 천상으로 올라간다하여 이 일주일 정도의 기간에 이사나 집수리 등 평소에 금기되었던 일을 하는 것을 말한다. 대한(大寒) 후 5일에서 입춘(立春) 전 3일 사이로 보통 일주일이 해당된다.

  정말 특이한 문화인데 이 기간 동안에 제주도내에서 이삿짐 트럭을 많이 볼 수 있다. 세시풍속이기에 무시할 수도 있지만 이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신구간은 중요하다. 자연스레 신구간에 이사를 할 경우 이사비용이 30~50만원 정도 더 든다. 역설적으로 신구간을 피해 이사를 한다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이사를 할 수 있다.

  우리 가족의 경우 이를 지키려한 것은 아니었으나 우연하게 신구간 기간에 이사날짜가 잡혀 많은 비용을 치르고 이사를 했다. 신구간 이사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이다.  



  

  육지에서 제주도 이사는 절대로 도시의 아파트 이사로 생각하면 안된다. 서울 옆동네 아파트 이사도 신경쓸 것이 많고 체력적으로 힘이 드는 일인데 섬으로의 이사는 어떠할지 상상해 보아야 한다. 아니, 상상해본다해도 현실은 그 이상이다. 아내는 이 주 이삿짐 정리를 하고 생전 흘리지 않던 코피까지 흘렸다. 또 사야할 것은 왜 그렇게 많은지. 도시에서 시골로의 이사는 라이프 스타일이 완전히 바뀌는 것이기에 필요한 것들이 많다. 전원생활을 하면 돈이 덜 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아파트보다 필요한 물건들이 훨씬 많다. 이 모든 것을 갖추고 제주도에 제대로 정착하는 것은 최소한 일 년 이상 걸린다.

  그렇다고 겁낼 필요는 없다.

  사람은 누구나 닥치면 어떻게든 다 하게 되어 있다.

  요즘은 포장이사 시스템도 잘되어 있고, 예전보다 정보도 많다. 이를 활용하면  무사히 이사를 마칠 수 있다. 행복한 제주라이프를 누리기 위한 대가라고 생각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우리와 똑같이 서울에서 이사를 한 지인이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서울에서 제주도로 이사올 때 가장 기분 좋았던 일이 무엇인지 아세요? 예전에 제주도에 올 때는 비행기나 배편 왕복 티켓을 끊었어야 했거든요. 항상 돌아갈 준비를 하고 왔는데 이사할 때는 제주도 티켓만 끊으면 된다는 것이었어요. '아~ 정말 제주도민이 되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제주도에 살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육지의 도시에서 편한 삶을 누리다가 제주섬에 산다는 것은 커다란 용기가 필요하다. 또한 버려야할 것, 포기할 것, 지불할 것들이 많다. 그만큼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섬에 살며 불편한 점이 많지만 그래도 아직은 제주도의 하늘과 바다, 오름이 더 소중하다. 그러하기에 잘한 일이라고 믿는다.


  사람이 걸어가는 길은 저마다 다르다.

  중요한 것은 그 길 위에서  얼마나 만족하며 행복한가이다.

  남들은 무모하다, 어리석다 말할 지라도

  내가 떳떳하고 행복하면 그걸로 되었다.

  

  어렵고 힘들었던 제주도 이사였지만

  그 과정이 있었기에 우리 가족은 잘 살고 있다.

  모든 것이 추억이다.

  제주이주를 꿈꾸는 많은 사람들이

  그 꿈을 이루고 행복하기를 바란다.

강아지 제주가 들어온 이삿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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