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생각나는 밤이다.
오늘 하루종일 기침이 났다.
'감기인가?'
그러고보니 몸에 기운이 없기는 했다. 그렇다고 꼭 감기증상 같지는 않은데.... 이런 생각을 하며 바라본 창문에 비친 서울의 풍경!
아, 여기는 서울이구나?
서울의 뿌연 풍경이 적응이 되지 않는 것을 보니 내가 꽤 제주도에 오래 살았나 보다. 요즘은 둔감한 내 몸이 먼저 반응한다. 제주도라고 항상 날씨가 좋기만 할까? 서울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제주도도 뿌연 하늘을 보일 때가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이건 차원이 다르다.
서울에 다시 올라온 지 2년차, 바쁜 일상과 서울의 편리함에 제주를 잊고 살았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제주도를 떠올렸다. 그곳에 살 때는 중국대륙의 고약한 황사가 제주도까지 밀려내려 하늘이 뿌옇게 변해도 기침이 날 정도로 힘들지는 않았다. 생각해 보니 고약한 미세먼지도 제주도의 산과 오름, 숲, 바다 앞에서 기세가 약해졌던 모양이다. 제주도의 청량한 하늘과 바람, 공기!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들이 제주도를 떠나오니 세삼 소중하게 느껴진다.
작년에 서울의 중학교에 입학한 딸아이가 이번주에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간다고 들떠 있다. 서울의 편리함에 푹 빠져 어느새 서울아이가 다된 딸이 제주도에 간다고 설레여하니 웃음이 나온다.
"제주도에서 살던 애가 뭐가 그리 좋다고 그러니? 너 가는 곳, 아빠랑 다 가본 곳이야."
내가 이렇게 말하자
"아빠는 그거랑 수학여행이랑 같냐?"
라는 면박이 돌아왔다. 백화점에, 공연장에, 예쁜 옷가게가 많은 서울을 좋아하는 딸이 오랜만에 제주도를 떠올리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반가웠다.
딸은 제주도 수학여행 때문에,
나는 미세먼지 때문에 제주도를 떠올리고 있으니
이유는 다르지만 제주도가 생각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