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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남자와 서울 여자의 제주살이(3)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by JJ teacher

"여보, 내 얘기 이제 그만하면 안돼? 내 캐릭터 이상하잖아. 조회수가 중요해, 내가 중요해?"

내가 '충청도 남자와 서울 여자의 제주살이'라는 주제로 두 편의 글을 올리자 아내가 말했다.

"당연히~~ 조회수가 중요하지."

농담으로 한 말이지만 아내의 매서운 눈초리에 뜨끔했다.

'캐릭터가 이상하긴.... 진실만 쓰고 있는데...'



우리집 거실 책장, 아내는 책 사는 것이 취미이다. 이런 책장이 방마다 있다.

아내는 나와 모든 면에서 반대이다.

우선 독서취향부터 다르다. 대학원에서 문학을 전공한 나는 소설, 시, 동화, 수필 같은 순수문학을 좋아한다. 반면에 아내가 보는 책들은 대부분 자기계발서이다. 철학, 부동산, 주식, 경제, 인문학, 교육, 육아서적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언젠가 법륜스님의 책을 읽고 있는 아내에게

"야, 그거 다 옳은 이야기, 누가 모르냐? 알면서도 그렇게 못사는 것이 문제이지."

이렇게 말하자 아내는 나를 한심하다는듯 바라보며 말했다.

"좀 읽고 이야기 해."

난 아내 말을 참 잘 듣는다. 읽고 이야기하려고 자기계발서에 손을 댔다가 지금은 자기계발서만 읽는다. 그렇게 좋아하던 소설책을 읽은지 오래되었다.

아내의 도서 컬렉션 일부- 주제도 다양하다

자녀 교육관도 다르다. 난 한 마디로 조기교육, 사교육을 지향한다. 공교육이 업인 내가 사교육을 맹신한다고 하면 모순일 수 있으나, 대한민국에서 공부를 잘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기에 어렸을 때부터 학원에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아내는 그렇지 않다. 제주도에 내려오자고 했을 때 아내가 따라온 것은 학원 없는 세상에서 아이들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한몫했다.

"어렸을 때 학원 보내는 것 아무 의미 없어. 그 돈 아껴서 재테크하는 것이 더 나아. 학원은 어차피 고등학생 되면 가지 말라고 해도 다 가. 그때 어차피 돈 많이 들어가니까 지금 재테크하는 거야."

아내는 말을 설득력있게 한다. 그덕에 우리 아이들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태권도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학원도 다니지 않았다. 서울에 살 때 지인들은 이런 우리를 신기하게 보았다. 제주도에 내려간다고 했을 때 지인들은

"교사라서 역시 다르네. 교육관이 확실하구나?"

라고 내게 말했다.

교육관은 무슨....

우리집에서는 아내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생활패턴도 다르다. 나는 올빼미형, 아내는 새벽형 인간이다. 나는 밤에 뭘 그렇게 하는 성격인데 아내는 '새나라의 어린이'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나는 보통 새벽 1-2시에 잠을 자는데 아내는 '미라클 모닝'이니 어쩌니 하면서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운동하고, 독서하고, 중국어 공부까지 한다. 잠이 깊게 들 무렵이면 그렇게 부스럭거린다. 결국 나만 힘들다. 잠결에 중국어가 들려 꿈에서 시진핑을 만난 적도 있다. 잠귀가 밝아 조그만 소리에도 깨는 나와는 달리 아내는 한 번 잠들면 누가 업어가도 모른다. 결국 나만 피해자이다. 아내는 잠도 잘자고 새벽에 일어나 자기 할 일도 다하니 자기 혼자 참 만족스럽다. 반면에 나는 매일이 피곤하다.

내 새벽잠을 깨우게 만든 아내의 책들~~ '미라클 모닝'은 무슨~ 내게는 '만성피로 모닝'이다~~

경제개념도 다르다. 나는 재테크에는 관심도 없고 시도할 엄두도 내지 않는다.

"여보, 돈이 일을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거야."

난 돈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아내에게 처음 들었다. 그런 말이 있다는 것을 아내를 통해 알게 되었다. 아내는 부동산이나 주식을 크게는 안하지만 작게 아주~! 잘한다. 주식을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는 나에 비하면 아내는 참 신기한 사람이다. 나에게 재테크는 오직 통장에 차곡차곡 저축을 하는 것이다. 아내가 주식을 한다고 했을 때

"너 그 말 몰라? 결국은 주식 투자 한 사람 중에 돈 번 사람은 아무도 없다더라. 암튼 주식만 해봐. 이혼이야."

라고 말했다.

그랬던 내가...... 요즘은

"돈 좀 줄까? 뭐 사고 싶은 종목 없어?"

라며 알아서 통장에 입금도 해준다.

결국 아내가 옳았다. 정말 다행이다.


또한 나는 행동이 빠릿빠릿하고 눈에 보이는 일은 그 자리에서 처리해야 하는 성격인데, 아내는 항상 느긋하다.

"걱정마. 다 알아서 해."

이 말은 아내가 내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기다리다가 결국은 다 내가 한다. 아무래도 작전인 것 같다. 하여간 머리가 참~ 좋다. 충청도 사람 느리다고 그렇게 놀리더니 아내보다 느린 충청도 사람은 본 적이 없다.

나는 지극히 감성적이고 아내는 냉정하리만치 이성적이다. 결국 같이 드라마를 보다가 먼저 눈물을 흘리는 쪽은 나다.

"우는 거야~~?"
이 말은 내가 해야 하는데 꼭 아내가 한다. 슬픈 장면이 나와도 안 울려고 허벅지를 찔러보지만 어쩔 수 없다. 이건 천성이다. 아내와 나는 다르다.



아내와 나는 그렇게 다르지만 지금까지 우리 부부만큼 사이가 좋은 부부를 본 적이 별로 없다. 아내와 나는 퇴근하면 항상 맥주 한 잔을 하며 한두 시간씩 대화를 한다. 같이 책을 보고, 운동을 한다.

"매일 그렇게 할 말이 있으세요?"
주변 사람들은 신기한듯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랑은 아니지만 우리는 잘 싸우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싸움이 되지 않는다. 어차피 지기 때문에 싸울 일을 만들면 안된다. 나만 손해이다.


다른 사람끼리 함께 살려면 자기 성격을 고집하면 안된다. 고집은 내려놓고 적당히 지기도 하면서 살아야 한다.

이런 면에서 부부살이와 제주살이는 비슷하다. 제주도에서는 불편한 것을 어느 정도 감내하며 살아야 한다. 불편하다고 투덜댈 시간에 극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제주도의 특성에 맞게 삶의 방식과 패턴을 바꾸고 적응하며 살아야 제주살이가 행복하다.

부부살이도 마찬가지이다. 자기 성격만 내세우면 갈등만 생긴다.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특성과 성격에 어울리게 서로가 발을 맞추어야 한다. 상대방에게 불만을 가지고 불평만을 늘어놓는다면 부부살이가 행복할리 없다.

'얘는 도대체 왜 이래? 역시 안맞아!'

이런 생각으로 서로를 미워하기 전에 어떻게 하면 맞추어 나갈지, 갈등을 극복할지 고민해야 한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부부살이가 행복하다.

아내와 나, 제주도에 와서 부부사이가 더 좋아졌다. 제주도는 우리에게 내려놓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서로에 대한 욕심과 바람을 내려놓을수록 갈등이 줄어든다. 상대방이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기 전에 내가 먼저 하면 된다. 요즘 나는 집안일도 아내에게 시키기 전에 내가 먼저 해버린다.

별 것 아니다. 하면 된다.

이 모든 것이 제주도 덕분이다.

제주도에 사니 마음이 여유있고 너그러워진다.

편안한 제주살이만큼 부부살이도 만족스럽다.


충청도 남자와

서울 여자

지금 제주도에서 행복하다.


충청도에 대한 편견! 충청도는 절대 느리지 않다. 시속 160km를 던지던 박찬호는 충청남도 공주사람이다. 사실 충청도 사람이 제일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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