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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May 25. 2021

꼰대주의보 발령

- 난 못 말리는 철부지가 되고 싶다

  우리나라 신조어 중에 영국 BBC에 수출된 낱말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꼰대'이다.

꼰대에 대해 소개한 BBC [사진=BBC]

  흔히 자기 말만 옳다고 생각하고 가르치려드는 사람을 '꼰대'라고 부른다.

  꼰대의 특징으로는 첫째,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 둘째, 내 말만 한다. 셋째, 내 말은 다 옳다. 넷째,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다섯째, 요즘 젊은이는 다~ 나약하단다. 대체 무엇이 나약한 것인지.... 

  

  꼰대의 6하원칙(5W1H)은 다음과 같다.

  WHO(내가 누군지 알아?)

  WHAT(뭘 안다고)

  WHERE(어디서 감히)

  WHEN(왕년에)

  HOW(어떻게 나한테)  

  WHY(내가 그걸 왜)

  이 말을 자주 쓴다면 당신은 분명히 꼰대이다.

그놈의 라떼~~!

  40대는 참 애매한 나이이다. 젊지도, 늙지도 않았다. 젊게 보지는 않지만 일은 또 가장 잘한다. 이 애매한 나이대에 주의해야할 것이 한 가지 있다. 바로 꼰대이다. 40대가 되면 사람은, 특히 남자는 갈림길에 선다.    

  '꼰대가 되느냐 아직 젊고 싱싱한 사고를 가지느냐.' 

  꼰대의 길을 택하면 나이가 드는 것은 한순간이다. 그때부터 사회에서도, 가정에서도 낄 곳이 없다. 그저 꼰대일 뿐이다.

  나는 교사이다. 교사라는 직업은 꼰대가 되기 가장 쉬운 직업이다. 언제나 아이들에게 바른 것을 가르쳐야 하고, 옳은 말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학교 안에서의 이야기이다. 만일 영업장과 실생활을 구분하지 못한다면 많은 사람들은

  "누가 선생 아니랄까봐. 저 꼰대!"

라고 말할 것이다. 학교를 떠나 절대 가르치려 들어서는 안된다.

  40대가 되니 이도저도 아니어서 힘들다. 학교에서 40대는 대부분 부장교사급이기에 자연스럽게 교감, 교장과 어울릴 일이 많아진다. 이 무리에서 몇 시간 이야기하다보면 내 뇌가 몇 년은 늙은 것 같다. 20~30대 교사들과 이야기하려하면 왠지 나를 어려워하는 것 같다.

  "난 젊은 선생님들이 더 편하더라."

  이렇게 말하지만 아무래도 나만 편한 것 같다. 뒤돌아서면 자신을 반성한다.

  "내가 오버했지."

라고......
  결국 내가 택한 것은 직장에서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교장님의 old한 개그에 웃어줄 에너지도, 여유도 없다.

  "나 아직 젊거든?"

하며 이삼십대 젊은 선생님들을 설득할 생각도 없다. 그러기에는 구차하다. 혼자 지내는 것이 제일 편하다.

  다행인 것은 운동을 꾸준히 해서인지 아직 배가 나오지 않았고, 흰머리도 없다. 30대에 흰머리가 나는 사람도 있는데 다행이다. 옷 사는 것을 워낙 좋아해서 나름 신경 써서 입고 다닌다. 사람들이 동안이라고 말한다. 아니다!! 이것도 그대로 믿으면 안된다.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일 수도 있다. 뭐든지 의심해야 한다.


  어찌되었든 나는 선배들의 생각보다는 요즘 젊은 선생님들의 사고가 멋지고 부럽다. 제주도에는 육지에서 내려온 기간제 선생님들이 꽤 많다. 임용고시는 다른 지역을 보았지만 발령 전까지 6개월, 1년이라도 '제주살이'를 해보려는 것이다. 나는 그런 선생님들을 보며 감탄한다.

  '내가 저 나이 때는 왜 저런 생각을 하지 못했지?'

  그들의 열린 사고가 그립다.

꼰대가 하는 말의 진짜 의미~~!

  나는 꼰대가 되기 싫다. 꼰대가 되는 순간 나이든 것이다. 

  학교에서 나는 젊은 선생님들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어차피 나이들고 경력이 쌓이면 다 알게 된다. 그리고 나보다 다~ 똑똑하다.)

  같은 학교 출신의 후배교사가 왔다고 선배대접을 받으려 하지 않는다. (언제 봤다고 선배는.... 무슨....!)

  아주 가끔 마음에 들지 않아 무엇인가 가르쳐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머릿속에서 여지없이 싸이렌이 울린다.

  

  에엥에엥!! 꼰대주의보 발령~~!

  

  절대 남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치려 들어서는 안된다.

  나이가 많다고,

  학교 선배라고,

  사회생활을 더 했다고,

  결혼을 먼저 했다고, 

  아이를 먼저 낳았다고

  더 배웠다고

  내가 그들보다 나은 것은 아니다.

  단지 먼저 겪은 것 뿐이다.

  여전히 아무 것도 모른다.


  남보다 내가 낫다고 가르치려하는 순간

  나는 꼰대가 되는 것이다.

  나이든 것이다.


  난 꼰대가 되느니

  차라리

  못 말리는 철부지가 되고 싶다.

꼰대의 조짐은 싹수부터 잘라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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