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제주도에 가서 산다고 하지, 사표 쓰고 임용고시 다시 본다고 하지. 솔직히 좀 한심해 보이더라."
우리 가족이 제주도에 완전히 정착하고, 내가 시험에 다시 합격한 후 들은 이야기이다. 심지어 이 말을 한 사람은 육지에 있는 친척 중 한 사람이었다. 태어나서 처음 한심해 보인다는 말을 혈연관계의 사람에게 들었다. 그 때 내가 한 생각은 단 한 가지였다.
'마음대로 말하세요. 결국은 내가 더 잘 살테니까.'
친척도 나를 그렇게 생각했으니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았을지는 말하지 않아도 안다. 내 앞에서는 말하지 않았겠지만 그들이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지금... 어느 누구도 나에게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나는 시험에 합격을 했고 제주도에서 아무런 경력의 손실없이 초등교사로 만족하며 근무하고 있다. 서울에 살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정이 화목하다. '修身齊家治國平天下(수신제가치국평천하), 家和萬事成(가화만사성)'이라고 했던가? 가정이 화목하니 직장에서도 아무런 문제없이 지낸다.
서울에서 부장교사를 하며 흔한 말로 잘 나간다고 할 때는 주위에 적이 많았다.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컸다. 지금 나는 제주도에서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제로이다. 지금 사는 인생에 자신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나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다. 위너의 삶을 살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아무 때나 바다에 갈 수 있다. 단, 아이들만 따라와주면!
남의 인생과 선택을 타인이 마음대로 평가해서는 안된다. 자기 기준에 맞지 않다고 하여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누구도 타인의 인생을 재단할 권리가 없다.
"天上天下唯我獨尊(천상천하유아독존)"
석가께서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나자마자 외쳤던 말로 '하늘 위와 하늘 아래에서 오직 내가 홀로 존귀하다.'라는 뜻이다. 이 말이 우리나라에 유행하던 때에는 그 뜻과 다르게 남을 놀리고 비꼬는 말로 쓰였다.
"넌 천상천하유아독존이지? 세상에 너밖에 없지?"
세상에~! 성인으로 전 세계인의 존경을 받는 석가의 말씀이 우리나라에서는 남을 비꼬는 말로 쓰일 정도였다니! 우리 사회가 얼마나 집단주의를 중시하고 개인의 사고와 행복을 천대하는 경직된 사회였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 세상 어느 것도 나 자신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하늘 위와 아래 자신보다 소중한 것이 있다면 더 이상한 것이 아닐까? 석가의 말씀은 진리이다.
내 인생이 중요한 만큼 남의 인생도 소중하다.
근무하는 학교에 기간제 선생님 한 분이 새로 오셨다. 그 선생님은 교대를 늦게 들어가서 서른 살이 넘어 졸업을 했고, 아직 임용고시를 합격하지 않은 상태였다. 작년에 결혼까지 해서 가정이 있는 남교사이다.
"시험 보셔야겠네요? 제주도 보시게요?"
라는 나의 질문에 그 선생님은 쿨하게 대답했다.
"아직 보고 싶지 않아요. 기간제 교사하다가 공부하고 싶을 때 그때 공부하면 되지요.뭐~~!"
함께 있던 다른 선생님은 의아하다는듯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박수를 치며 말했다.
"와! 멋있다. 맞아요. 선생님 하고 싶은대로 하면 되는 거지."
진심이었다. 자신의 선택에 자신있어 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무엇보다 자신의 인생이다. 자신이 만족하면 된다.
내 삶의 기준과 잣대에 맞지 않다하여 남의 인생에 대하여 함부로 말하지 말자. 자기 기준에 맞지 않아도 남의 인생이 자신의 인생보다 더 값지고 멋질 수도 있는 것이다. 남을 평가하고 가르치려드는 순간 꼰대가 된다.
아내와 결혼한지 10년이 되었다. 제주도에 살며 우리 가정처럼 화목한 가족을 본 적이 없다. 하루에 한 시간 이상 식탁에 앉아 대화를 하며 맥주를 마시고 차를 마신다.
오늘 아내 학교로 깜짝 꽃배달을 보냈다. 아무 날도 아니다. 그냥 보내고 싶었다.(무뚝뚝한 아내에게 이 정도의 반응은 최상이다. 와~이모티콘! 놀랍다^^)
퇴근후에는 아이들과 놀아주고 주말에는 제주도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이웃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태어나 지금처럼 윤택하고 평화로운 적이 없다. 우리의 제주생활이 궁금해 서울에서 놀러온 지인들은 우리의 모습에 충격을 받고 올라갈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