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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Jun 10. 2021

절대로 아파트에는 안 살 것이다

아파트를 탈출해 단독주택에 살기

  작년에 'ebs 건축탐구 집'에서 '아파트를 떠난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방송을 한 적이 있다. 국민 2명 중 1명이 아파트에 사는 '아파트 공화국'인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를 탈출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서울 한복판의 한옥을 개조해서 살고 있는 가족의 이야기, 서울근방의 경기도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 몸이 아픈 아이를 위하여 도시의 생활을 접고 시골에 내려와 집을 짓고 사는 가족의 이야기까지... 방송을 보는 내내 공감하며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건축탐구 집 - 아파트를 떠난 사람들

  나는 지금 제주도 애월의 시골마을 타운하우스에 살고 있다. 3년 전 제주도에 내려올 때

  '제주도까지 와서 아파트에 살아야겠어?"

하는 마음에 당연히 주택만을 보러 다녔고 한 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가족 모두가 만족하는 지금의 집에 살게 되었다. 제주도에는 '연세'라는 특이한 주거문화가 있다. 1년치의 월세를 한꺼번에 내는 방식인데 우리는 지금 연세를 살고 있다. 언제까지 제주도에 살지 모르고 이곳에 대하여 잘 모르는데 덜컥 집을 사는 것이 위험부담이 컸던 탓에 몇 년 연세를 살고자 한 것이다. 사람들이 우리집에 방문하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 연세 가격이다. 뭐... 비밀도 아니고 이천만 원 정도이다.(제주도 타운하우스 딱 중간 가격이다. 비싼 집은 삼천도 넘는다.) 우리가 1년에 이천만 원을 지불하고 산다고 하면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한다.

  "돈 안 아까우세요? 차라리 전세를 살지."

  교사 월급이 얼마나 된다고 아깝지 않을리 없다. 그런데 제주도에서 전세는 인기가 없다. 워낙 집이 많이 지어지고 있고, 전세 계약이 끝나면 공실이 날 위험이 있어 치고 빠지기 쉬운 연세가 인기가 있는 것이다.

  '요즘같은 세상에 전세금 떼이겠어?'

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전세금 문제로 골치를 썪고 소송까지 가는 경우가 제주도에서는 종종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 때문인지 한동안 주춤하던 제주이주 열풍이 다시 불었다. 지금은 타운하우스 연세가 나오면 집도 보지 않고 계약을 하는 분위기이다. 두 달 전 이사온 옆집도 집을 보지 않고 계약했다고 한다. 계약금부터 내밀어야 연세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 연세로만 살고자 했던 우리 가족이 요즘 집 매수를 고민하고 있다. 이유는 하나, 주거의 안정성과 만족도 때문이다. 특히 만족도 측면에서 단독주택과 아파트는 비교대상이 아니다. 단적인 예로 가끔 뉴스에서 나오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간의 다툼 소식은 이제 정말로 다른 세상의 이야기 같다. 밤늦게까지 아이들이 뛰어다녀도 신경쓸 일이 없고, 집안에서 피아노를 치든, 태권도를 하든, 줄넘기를 하든 나만 뭐라고 하지 않으면 된다. 밤늦게까지 이웃 아이들과 이집저집을 다니며 마당에서, 집안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면 저절로 이 말이 나온다.

  우리 절대로 아파트에는 못 살겠다!
거실에서 줄넘기 정도야... 아파트라면?

  아이들만 만족스러운 것이 아니다. 나는 무엇인가를 만들고 고치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목공에 관심이 있어 작은 가구 만들기를 하는데, 그덕에 집에는 없는 공구가 없다. 마당에서 톱질을 하고 망치질을 한들 누구 하나 신경쓰는 사람이 없다. 집안에 못 하나 박을 때마다 식은 땀을 흘리며 가슴 졸이던 서울의 아파트 생활과는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다. 아내도 마찬가지이다. 아내는 집안에서 홈트(홈트레이닝)를 하는데 새벽에 유튜브를 틀어놓고 한 시간씩 운동을 한다. 아마 아파트였다면 우리 가족은 정말 개념없는 사람들일 것이다. 우리 가족은 제주도에 산 3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생활방식이 철저하게 단독주택에 맞추어져 버렸다. 이러니 앞으로 어떻게 아파트에 살 수 있겠는가?

전혀 꾸미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우리집 내부- 타운하우스는 아파트의 편리함을 그대로 간직한 펼쳐놓은 아파트이다.

  얼마 전 우리와 똑같이 연세를 살던 강남부부가 본인들이 살고 있는 집을 아예 매수해버렸다. 그리고는 1층 마당에 선룸을 짓고, 방 두 개를 확장할 계획을 하며 여러 업체에 견적을 내고 있다.

  "형님, 저는 그냥 창고를 건물벽 따라서 길게 지어 버리려구요."

  연세를 살 때 내가 지은 조립식 창고를 은근 부러워하던 강남 동생의 말을 들으며 집을 사고 싶은 생각이 더 들었다.

재료만 사서 내가 지은 작은 창고

  얼마 전까지

  "여보 알지? 투자 가치를 따지면 절대로 제주도에서 집 사면 안되는 거. 제주도에 집 살 돈이면 서울에 사야지."

라며 재테크에만 관심을 가지던 아내도

  "사긴 해야할 것 같아. 정말 싸게 달라고 할까?"

라며 집을 구입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듯 했다. 정작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은 나이다. 서울에 있는 집을 팔고 제주도 집을 살 용기가 나지 않는다. 지금은 제주도에 살더라도 노후에는 병원 가깝고, 문화시설이 잘 되어 있는 서울에서 사는 것이 내 주관이기에 선뜻 서울집을 팔 수가 없다. 연세 계약기간이 많이 남아있어 당분간 내 고민은 계속될 것 같다.

우리가 살고 있는 타운하우스- 마당에서는 홈캠핑을 할 수 있고, 2층 테라스에서는 야외펍의 느낌을 낼 수 있다. 덤으로 보이는 애월 먼 바다... 이 맛에 제주 산다.

  시간이 지나면 내 고민도 어느 방향이든 풀릴 것이다.

  제주도에서 평생을 살 수도 있고, 퇴직을 하고 서울로 다시 돌아갈 수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아파트는 절대 못 갈 것 같다. 요즘 젊은 부부 사이에 '아파트 탈출하기'가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한다. 도심과는 멀고 조금 불편하지만 작은 마당이라도 있는 단독주택을 꿈꾸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1960~70년대 아파트가 부의 상징이었다면 지금의 아파트는 아무런 특색없는 도시에 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이다. 단독주택의 매력을 맛본 사람들은 아파트에 다시 가기 힘들다. 제주도는 나에게 자연과 함께 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알려주었다. 더불어 주택에 살며   

  아이들이 아이들답게 뛰어노는 것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것인지,
  이웃과 저녁을 함께 하고 소통하는 것이 얼마나 인간적인 것인지,
  아이들 웃음소리가 마을에 들리는 것이 얼마나 사람 사는 것 같은지

알게 해주었다.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오늘 퇴근을 해보니 마당에 설치할 수영장이 도착해 있었다.

드디어 샀다. 인텍스 수영장!! 쇼핑의 늪에서 언제 헤어나올 수 있을까~~?

  무더운 여름, 잔디마당에 설치한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과 이를 지켜보며 캠핑체어에 앉아 맥주 한 잔을 하고 있을 우리 부부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무더워질 여름이 기다려진다. 이 모든 것이 제주도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결국

  나는 절대로 아파트에는 안 살 것이다.   

  아니, 못 살 것이다.

눈이 많이 왔던 올해 1월 타운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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