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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Jul 10. 2021

제주도민의 쇼핑법

당근마켓과 로켓배송

  제주살이의 어려움을 말할 때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이 '택배'이다. 쿠팡 로켓배송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물건에 3천원~5천원의 추가배송비가 붙고, 지불한다고 해도 배송이 안되는 물건이 많다.

  '도서산간과 제주도는 배송불가'

  이 문구는 제주도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자주 보았을 문구이다. 서울에 살 때는 물건을 고르고 결재를 하면 끝이었는데 지금은 스크롤을 내려 배송정보를 꼼꼼하게 읽어본다. 잘못하면 물건값보다 비싼 배송비를 결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제주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당근마켓이 활성화되어 있다. 나의 인터넷쇼핑 패턴은 이렇다. 먼저 당근마켓을 검색한다. 당근마켓에 물건이 나와있으면 가격흥정을 하고 물건을 구입한다. 아무리 기다려도 당근마켓에 물건이 올라오지 않으면 쿠팡을 검색한다. 로켓배송을 체크한 후 물건을 알아보고, 없으면 로켓배송을 해제하고 다시 검색한다. 추가배송비를 물고 결재를 한다.

  어쩌다보니 온라인쇼핑에서 당근마켓이 쿠팡보다 우선순위가 되어버렸다.

혹시.... 당근이세요?

  지난 5월 아들과 딸의 방을 꾸며주었다. 원래는 1층 안방에서 온가족이 함께 자고, 2층은 게스트룸과 내 서재로 꾸며져 있었다. 그러다보니 2층은 나말고는 아무도 올라가지 않았다. 매일 손님이 오는 것도 아니고 손님을 위해 2층을 통째로 비워두는 것은 비경제적인 일이다. 아이들도 이제 왠만큼 커서 방이 필요했다. 아이들 방을 만들어주려니 필요한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우선은 아이들에게 맞는 책상과 의자가 필요했다. 아이들 책상을 사려고 가구매장을 방문했다. 제주도는 역시 물가가 비싸다. 물건값은 비싼데 마음에 드는 물건은 별로 없다. 가구매장을 몇 군데 돌아보고는 당근마켓을 검색했다. 제주도에서 당근마켓은 보물창고이다. 저렴한 가격에 책상과 의자가 많이 나와 있었다.

  제주살이의 팁 하나! 제주도는 육지에서 이주를 많이 오지만 또 그만큼 많이 육지로 이사를 간다. 제주살이를 마치고 가는 사람들은 이삿짐을 줄이기 위해 많은 물건들을 당근마켓에 내놓는다. 특히 가구는 부피도 크고 가져가는 것이 일이라 급하게 처분하려 한다. 그만큼 좋은 물건이 싼 가격에 나온다. 아내와 집안에서 편하게 아들과 딸에게 맞는 책상과 의자를 골랐다. 내 차? 카니발! 이럴 때는 승합차가 최고이다. 카니발에 책상과 의자를 잔뜩 실어 집에 돌아왔다. 결국 아들과 딸의 방은 당근마켓으로 구해온 가구로 꾸며졌다. 중고이면 어떤가? 깔끔하고 예쁘기만 한데. 무엇보다 새 책상 하나 사는 비용으로 책상 두 개에, 의자까지 깔맞춤할 수 있어 좋았다.

당근으로 구입해 꾸며준 아들과 딸의 책상과 의자

  아이들의 물건뿐이 아니다. 나의 유일한 취미인 캠핑에서도 당근마켓은 빛을 발한다. 고가의 캠핑장비는 당근마켓을 잘만 이용하면 저렴하게 사기도 하고, 알맞은 가격에 팔 수도 있다. 캠핑장비를 거래하며 캠핑정보도 서로 교환할 수 있어 일석이조이다. 내가 가진 장비도 당근마켓에서 구한 것들이 많다. 새 것으로 샀다가 맞지 않아 다시 판 물건도 꽤 된다.

제주도에 살며 생긴 유일한 취미 캠핑, 여름이 되니 더 가고 싶다.

  꼭 돈을 벌거나 절약하려고 당근마켓을 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이기도 하지만 은근한 재미가 있다. 가격을 흥정하고 싼 가격에 샀을 때의 보람과 필요없는 물건을 팔아 소소하게 용돈을 벌 때의 뿌듯함이 존재한다. 오늘도 안방에 설치한 인터넷 공유기가 말썽이어서 당근마켓을 검색했다. 지난달 2층에 설치한 공유기가 절반도 안되는 가격에 나와있어 저녁에 받기로 되어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새로운 곳에 갈 때는 언제나 무섭고 두렵다. 하지만 어떻게든 적응하며 살아간다. 외국도 아니고 우리나라인데 섬이라고 못 살 이유가 없다. 문제는 마음이다. 육지에 비해 선택할 수 있는 물건이 적고 한정적이라고 슬퍼할 것이 아니라, 새것 같은 물건을 싸게 구입하고 사람사이 정도 느낀다면 그것도 기쁜 일이 아닐까?

  제주도에 살다보니 백화점을 가본지가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제주살이가 4년차이니 족히 3년은 넘게 가보지 못한 것 같다. 서울에서 백화점 브랜드만 찾아다니며 옷을 고르던 내가 이제는 이마트 '데이즈'옷이 그렇게 예뻐보인다. 유행에는 뒤쳐져 있을 수도 있지만, 아쉽거나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주말마다 백화점을 백 바퀴 도는 불필요한 일을 하지 않아 좋다.

이마트 옷 데이즈- 요즘 이마트 옷도 잘 나온다.

  지금 이 글도 당근마켓에서 구입한 노트북으로 쓰고 있다.

  새 물건보다 만족스럽고, 왠지 글도 잘 써지는 것 같다.

  그래,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다.

  나는 지금 행복하다.  

중고 노트북이면 어때? 글만 잘 써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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